▲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2018년 최저임금 결정을 두고 사회적 논쟁이 격렬하다. 최저임금위원회에 3년 동안 참여하면서 느끼는 바가 많다. ‘법정 최저임금 인상률’이라는 논의 구도에서는 을과 을의 싸움이 불가피하다. 누군가는 최저임금 인상을 산업 구조조정의 지렛대로 보자고 하지만, 선뜻 공감하기는 어렵다. 수많은 사람들의 생존권이 걸려 있는 사안이거니와, 최저임금 인상에 담긴 원칙과 정신과도 충돌한다. 영세자영업자와 저소득 노동자 등 경제적 취약집단의 소득보장과 생활안정이라는 관점으로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의를 확장해야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수렴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해 나갈 수 있다. 장차로는 근로장려세제(EITC)와 고용보험 등 다양한 사회보장 정책들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인간의 삶은 다면적이고, 사회구조는 복잡하며, 노동의 작동방식은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고 있다. ‘더 넓고 단단하게’라는 노동정책의 기조 전환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균질한 이해관계로 조직돼 있지 않은 다수 대중의 일반적 요구를 포착하고, 공론의 장이 포괄하는 논의 범위를 날카롭게 확장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운동이 주도하는 어젠다는 전체 사회의 모습과 닮아야 한다. 예컨대 고용보험의 경우 통상적인 노동담론 내에서 실업급여 수급기간과 수급액수가 주된 과제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필자가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고용보험의 가입 요건이 되는 ‘근로자 기준’의 재검토와 실업급여로 대표되는 보장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훨씬 더 시급하다.

지난달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최한 노동시간 정상화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강성태 한양대 교수는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으로 휴식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연장·야간수당 등 근로보상에 초점이 맞춰진 현행 제도와 현장의 문제를 ‘휴식보장’이라는 관점으로 새롭게 바라보자는 취지로 이해된다. 노동생산과 작업과정에 대한 규격화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무분별하거나 의미 없는 초과노동이 남용되는 산업이나 직군에서는 이 제안이 굉장히 의미 있게 다가온다.

최근 방송미디어 산업이나 운수업 등의 장시간 노동 문제가 사회적으로 조명되면서 근로시간 특례업종 조항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정당성이 취약한 특례업종의 전면 재검토는 당연하다. 다만 현재 국회 구성과 현장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개별 업종에 대한 찬반토론을 넘어 ‘전체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노동과 노동 사이의 최소 휴식시간(예컨대 12시간) 제도’ 도입으로 논의가 확장돼 나가기를 기대한다. 일을 할 땐 하더라도 최소한 잠은 자야하지 않겠냐는 현장 목소리가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 또한 관점 전환이 불가피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규직화 기대가 커지고 있다지만, 이 방안이 포괄하고 있는 이해당사자는 너무 협소하다.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직은 고용계약기간의 정함이 있는 노동자라는 이론적 개념이 아니라, 노동시장 내에서 취약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포괄하는 일반명사로 진작 의미화돼 있다. 한국은 산업구조 변화와 고령화 속도가 대단히 빠르다. 하나의 직장에 평생고용된다는 프레임은 개인과 사회에 있어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고용계약 기간의 제한 여부를 넘어, 모든 노동자가 경제활동 과정에서 경력 형성과 축적이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이 새로운 사회적 기준으로 제시돼야 한다. 쉬운 논의는 아니지만 필요하다면 관련 제도를 과감하게 개혁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는 주제들을 대략적으로 훑으면서 언급했지만, 하고 싶은 말은 딱 하나다. 한국의 노동정책은 사회 보편적인 현실과 조응해 보다 넓고 단단하게 자리 잡아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개혁의 바람은 모든 인간의 삶에 평등하게 불어야 한다. 안목과 시야를 넓힐 시간이다.

청년유니온 위원장 (cartney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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