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농민집회에 참가하려 트랙터·화물차량을 몰고 이동하던 농민들을 경찰이 막아선 것은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국가인권위원회가 판단했다. 집회 장소와 상당히 떨어진 고속도로 인근에서 차량 이동을 사전 차단한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판단도 덧붙였다.

인권위는 27일 “농민들의 집회·시위 자유를 침해한 서울지방경찰청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기관경고 조치를 해 달라고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지난해 10월5일과 11월25일 세종로 소공원 앞에서 예정된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화물차량을 이용해 서울로 이동했다. 경찰은 경기 안성요금소(TG)와 서울 양재나들목(IC), 한남대교 남단에서 차량을 차단해 집회 참여를 막았다.

경찰은 인권위에 “전농 회원들이 나락을 담은 자루인 톤백이나 트랙터·깃발 같은 미신고 물품을 소지하고 있어 불법행위가 우려돼 차단했다”며 “또 전농 회원들이 단체로 열을 지어 도로를 운행할 경우 교통사고나 교통마비 우려가 있고 집회 장소로 차량이 이동할 경우 극심한 교통 혼란이 예상돼 차량을 제지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농민들은 집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화물차량의 수와 집회장소 부근의 교통량 등으로 볼 때 극심한 교통정체가 우려되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집회 장소 주변의 공영주차장이나 공지 등으로 집회 참가 차량을 안내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어 “톤백이나 트랙터·화물차량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위협적 기구로 볼 수 없다”며 “집회 신고는 통제가 아닌 자유를 보장하려는 수단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신고서에 기재되지 않는 물품을 소지하거나 이를 반입하려 한다는 이유만으로 차량의 이동을 제한하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에 따라 경찰청장에게 △인권 친화적 집회·시위 대응 매뉴얼 개발 △집회·시위업무 종사자 대상 정기적 인권교육 △평화적이고 안전한 집회 보장을 위한 집회 주최측과의 긴밀한 협의체계 마련 등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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