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삼성전자 노동자의 다발성경화증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올해 5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노동자에 이어 LCD공장 노동자의 다발성경화증 역시 업무상재해로 인정했다.

26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1부(재판장 최상열)는 지난 25일 삼성전자 LCD 생산라인에서 일한 김미선(37)씨의 산업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올해 2월 1심 법원이 같은 결론을 내렸으나 근로복지공단이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씨는 1997년 6월 삼성전자 기흥공장에 입사해 3년간 LCD 모듈과에서 일하던 중 2000년 다발성경화증 진단을 받고 퇴사했다. 다발성경화증은 중추신경세포에 원인 불명의 다발적 손상이 발생하는 희귀병이다. 국내 유병률은 10만명당 3.5명에 불과하다. 반올림에 제보된 삼성전자 반도체·LCD 생산라인에서만 김씨를 포함해 모두 4명이 다발성경화증을 앓고 있다. 현재 김씨는 고관절과 무릎 연골에 심한 손상을 입은 데다, 시신경 염증 악화로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법원은 김씨가 업무 중 유기용제 등 신경독성 물질에 상당 수준 노출됐고, 만 17세부터 밀폐된 작업공간(클린룸)에서 교대근무와 야간근무를 수행한 점을 다발성경화증 발병 요인으로 인정했다. 나아가 김씨가 다발성경화증의 평균 발병 연령(38.3세)에 비해 어린 나이에 진단을 받고, 삼성전자 반도체·LCD 사업장의 다발성경화증 유병률이 높은 점도 산재인정 근거로 제시했다.

법원은 “사업주는 취급 물질의 종류나 그 위험성, 취급시 유의사항 등에 대해 제대로 된 고지나 교육을 하지 않았다”며 “그에 따라 (김씨는) 유해물질에 대한 제대로 된 보호장구도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반올림은 근로복지공단과 삼성전자를 상대로 산재 보상, 부실한 재해조사와 작업장 안전보건관리 소홀로 인한 직업병 피해 유발에 대한 사과 및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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