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졸음운전 사망사고를 계기로 장시간 노동을 합법적으로 용인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59조 특례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시민·사회단체로 확산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노동시간센터 등으로 이뤄진 과로사 OUT 공동대책위원회는 26일 오전 서울 광진구 동서울버스터미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를 죽이고 시민안전도 위협하는 장시간 노동을 부르는 노동시간 특례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민주버스협의회 소속 사업장 44곳을 조사한 결과 버스기사의 평균 근무시간은 하루 13시간18분이었다. 1주일에 61시간32분, 한 달 평균 260시간12분을 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임아무개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루 20시간씩 3일 연속 근무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밥을 먹지 못하고 운전대를 잡는 일이 태반"이라며 "최근 졸음운전 교통사고의 주범은 버스기사들을 극한 노동환경으로 내몬 운수사업자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례업종에 속한 영화제작 노동자들의 처지도 기사들과 다르지 않았다. 영화제작 현장에는 감독과 배우만 있는 게 아니다. 제작 현장 노동자들은 카메라를 옮기고, 조명기를 설치하고, 촬영장소를 물색하며 돌아다니고, 밤낮없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 안병호 영화산업노조 위원장은 "고통 속에 예술이 만들어진다는 포장에 영화업계에서는 주당 90시간을 넘어 잠 못 자고 일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육체와 정신을 갉아먹는 이런 노동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공동대책위는 "매년 과로에 의한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사망한 노동자만 300명이 넘고 산업재해 인정을 받지 못해 알려지지 않은 죽음은 이 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회는 노동시간 특례조항을 완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특례 대상업종을 현행 26개에서 10개 정도로 줄이는 것으로는 장시간 노동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악법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버스·택시노동자들과 이용 시민들을 대상으로 안전한 휴가 기원 인사와 노동시간 특례 폐지 캠페인을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31일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노동시간 규제 법안(근기법 개정안)을 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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