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오표 공인노무사(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법규국장)

대상판결 : 대법원 2014두8469·서울고등법원 2017누161 판결

1. 들어가며

이명박 정권에서 인권의 최후보루인 국가인권위원회에 현병철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독단적인 조직운영과 독립성 훼손 및 역할 왜곡 등에 항의하기 위해 상임위원들이 동반 사퇴하는 일을 비롯해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현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권위원회가 2011년 2월 당시 전국공무원노조 국가인권위원회지부 부지부장인 일반계약직 조사관의 계약 연장을 거부하자 인권위 공무원 11명은 이를 비판하면서 릴레이 1인 시위, 릴레이 언론기고, 릴레이 내부 전산망 게시 등의 행위를 했다. 그러자 인권위는 2011년 9월 공무원들의 행위가 국가공무원법 66조1항의 집단행위금지 위반과 국가공무원법 63조의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며 정직과 감봉의 징계를 했다. 제1심과 제2심에서는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으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판결을 한 것이고, 서울고등법원은 파기환송심에서 릴레이 1인 시위 등에 대한 징계처분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 판결한 사건이다.

2. 판결의 의미

가. 집단행위금지에 대해
동 판결은 국가공무원법 66조1항에 규정된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란 공무가 아닌 어떤 일을 위해 공무원들이 하는 모든 집단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행위로서 직무전념 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라고 제한해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형벌법규인 국가공무원법 66조1항의 해석은 엄격해야 할 뿐만 아니라 위반 행위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집단행위’ 에 해당하려면 그 행위가 반드시 같은 시간·장소에서 행해져야 해는 것은 아니지만, 공익에 반하는 어떤 목적을 위한 다수인의 행위로서 집단성이라는 표지를 갖춰야만 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 사건 행위 중 릴레이 1인 시위, 릴레이 언론기고, 릴레이 내부 전산망 게시는 모두 후행자가 선행자에 동조해 동일한 형태의 행위를 각각 한 것에 불과하고 여럿이 같은 시간에 같은 시간에 한 장소에 모여 집단의 위세를 과시하는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하거나 여럿이 단체를 결성해 그 단체 명의로 의사를 표현하는 경우, 여럿이 가담한 행위임을 표명하는 경우, 또는 정부활동의 능률을 저해하기 위한 집단적 태업행위에 해당한다거나 이에 준할 정도로 행위의 집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원고 7명의 피켓 전시는 위 원고들이 1인 시위에 사용했던 피켓을 모아서 함께 전시했다는 점에서 행위의 집단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이 사건 행위는 그 소속 일반계약직 공무원의 계약연장 거부결정을 한 것에 항의하려는 데 그 동기나 목적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공익을 위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갖고 행한 것이라고까지 보기는 어렵고, 그 밖에 국가공무원법에서 공무원에 대해 금지하는 특정의 정치적 활동에 해당하는 경우 또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등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을 명백히 드러내는 행위 등과 같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만한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는 경우도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동 판결은 이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행위가 집단행위금지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나.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대해
동 판결은 국가공무원법 63조의 품위유지의무 위반과 관련해 ① 이 사건 행위를 통한 표현들은 어떠한 객관적인 근거에 의해 사실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이고, 인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가 반인권적 행위를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어서 인권위의 본래 설립 목적에 비추어 인권위에 대한 국민의 신뢰 등을 실추시킬 우려가 높으며 ② 인권위가 계약연장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인권위 지도부를 모욕하고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고 피켓 시위를 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계약연장을 거절한 데에 절차상·내용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③ 이 사건 행위는 인권위 직원들 및 불특정 다수의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인권위 내에 지도부와 직원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발생했다는 부정적인 사실을 널리 알리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이 사건 행위는 품위유지의무 위반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동 판결에서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대한 판단은 당시 인권위 실태를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외면한 판결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공무원이 외부에 상사를 비판하는 의견을 발표하는 행위가 행정조직의 개선과 발전에 도움이 되고, 궁극적으로 행정청의 권한행사의 적정화에 기여하는 면이 있다고 할지라도 국민에게는 그 자체로 행정청 내부의 갈등으로 비춰져,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거나 위험성이 크다는 논리는 되레 행정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제약하는 요소 내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역기능을 할 수도 있다고 할 것이다. 특히 박근혜 정권 내내 지속된 불통과 국정농단, 촛불집회와 탄핵, 적폐 청산 과정 등을 돌이켜 보면 동 판결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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