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LG유플러스 협력업체가 최근 도급 설치·수리기사를 직접고용했지만, 실제로는 개인도급일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직접고용된 이들 중 일부는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LG유플러스가 직접고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희망연대노조는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방송·통신 대기업 외주업체 실상 및 직고용 방안’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토론회는 진짜사장재벌책임 공동행동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내가 도급인지 정규직인지도 모르겠다”=희망연대노조는 이날 정규직 전환 대상자와 노조 조합원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20일 녹음된 녹취록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회사 관리자가 근로계약서 작성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며 “내가 회사에 (도급인지 정규직인지) 어떻게 등록돼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저녁) 7시 일정은 날마다 꼽힌다(배정된다). 집에 가면 (저녁) 9~10시다. 야간일정은 조정도 안 된다”며 “단가표도 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제유곤 노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수석부지부장은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개인도급 불법 유권해석으로 LG유플러스는 협력업체 도급기사를 정규직화했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4대 보험만 가입하게 됐을 뿐 임금체계 등은 예전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제 부지부장은 “노동자들은 여전히 개인도급 형태를 못 벗어나고 있다”며 “무늬만 정규직인 위장도급”이라고 폭로했다.

◇10년간 일해도 근속은 ‘0’=이날 토론회 증언에 따르면 LG유플러스 협력업체 설치·수리기사들은 잦은 업체교체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원청과 협력업체는 1년 단위 또는 짧게는 6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는다. 제유곤 부지부장은 “업체가 교체되면 퇴사 뒤 재입사를 하는 방식이라 해고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입사에 성공해도 문제는 남아 있다. 재입사 때는 근속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제 부지부장은 “10년 이상 한 지역에서 매년 같은 업무를 수행해도 근속은 매년 '0'이 되는 셈”이라며 “1년 이상 근속해야 받을 수 있는 연차도 발생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협력업체가 영세한 탓에 설치·수리기사들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광주지역 A협력업체는 직원 8명에게 2013년 지급했어야 할 퇴직금을 아직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계약이 만료된 광주지역 B협력업체는 직원 약 40명에게 퇴직금을 체당금으로 받으라고 요구했다. 제 부지부장은 “체당금으로 임금을 보전받으면 손실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그 누구도 이 문제를 책임져 주지 않고 있어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간접고용으로 인한 노동권 무력화도 문제로 꼽힌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르면 파업 중인 사업장 사용자가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직접 사용자’가 아닌 LG유플러스는 해당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 LG유플러스는 이런 맹점을 이용해 파업시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지난 7일 지부가 파업했을 때도 LG유플러스는 인근 협력업체에 일감을 이관했다.

◇직접고용만이 근본적인 해결=토론자들은 LG유플러스의 직접고용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제 부지부장은 “LG유플러스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간접고용으로 노동자를 부리는 것이 쉽고 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들은 LG유플러스가 직접고용하지 않고서는 고쳐질 수 없다”며 “LG유플러스는 상시·지속업무에 대한 외주화를 중단하고 당장 직접고용하라”고 말했다.

박장준 노조 정책국장은 “하도급구조에서 원청은 임금인상 규모, 산업안전보건 수준 등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실제 사용자이자 진짜 사장”이라고 말했다. 김세준 정보통신부 뉴미디어정책과 사무관은 “유료방송에는 재허가 제도가 있는데 재허가를 할 때 어떻게 이 부분을 심사에 반영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다만 세부적인 부분은 계속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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