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수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박근혜 정부가 2016년에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초법적으로 강행했다. 성과연봉제 적용 대상과 성과연봉 차등폭을 확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정부는 예산권과 취업규칙 지침을 지렛대로 해서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하더라도 소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돼 유효하다면서 공공기관들을 압박했다. 정부는 지난해 6월10일 120개 공공기관 모두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많은 공공기관에서 과반수노조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이사회 의결만으로 취업규칙의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일부 높은 평가를 받는 노동자의 경우 임금이 인상될 수도 있으나, 모든 노동자들이 상대평가를 받아야 하므로 동료 노동자들이 경쟁상대가 돼 직장공동체가 무너지고, 낮은 평가를 받은 노동자의 경우에는 임금도 저하된다. 노조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노동조건인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성과연봉제로 변경하는 것에 전혀 관여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그 존립근거조차 부정됐다. 따라서 성과연봉제 도입과 확대는 전체 노동자와 노조 입장에서는 심각하게 불이익한 변경이라 할 수 있다. 과반수노조의 동의를 얻지 않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것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과반수노조의 동의를 얻도록 한 근로기준법 94조1항 단서에 위반돼 무효다.

이에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공공기관 노조들은 변경 취업규칙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본안소송을 제기하고, 동시에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공공기관 본사가 전국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위 소송도 전국의 여러 법원에 제기됐다. 본안사건은 각 법원의 노동전담부가 담당하고, 가처분 사건은 신청부(보통 각 법원의 수석재판부)가 담당한다. 노동전담부 판사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노동법에 전문성이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신청부 판사들은 모든 민사신청사건을 담당하기 때문에 노동법에 대한 전문성이 약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신청부에는 긴급하게 판단해야 할 중요한 사건들이 밀리기 때문에 노동가처분 사건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도 쉽지 않다. 가처분 사건의 결론과 본안사건의 결론이 반드시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치하는 것이 정상이라 하겠다. 특히 사회·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노동자 입장에서는 신속하게 권리구제를 받아야 할 필요성이 절박하기 때문에 그만큼 가처분 결정이 중요하다.

성과연봉제 사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종전 취업규칙을 그대로 적용하는 결과가 되므로 가처분이 인용되더라도 사용자로서는 개정 취업규칙 적용시점을 일시적으로 늦추게 될 뿐이고 특별히 불이익이 없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법 신청부가 처음으로 가처분 사건에 대해 기각 결정을 했다(2016.12.27.자 2016카합622 결정 및 2016카합81412 결정: 재판장 판사 김용대·판사 유형웅·판사 고대석). 이 결정을 이어받아 전국 여러 법원에서 기각결정이 내려졌다. 오직 대전지법만이 효력정지 결정을 했고(2017.1.31.자 2016카합50368 결정: 재판장 판사 문보경·판사 이경선·판사 손호영) 사용자측 이의신청도 받아들이지 않고 가처분 결정을 인가했다(2017.6.16.자 2017카합50035 결정). 대전지법 가처분 인용 결정이 나온 이후에도 여러 법원에서 서울중앙지법을 따라서 기각결정을 했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법 노동전담부는 본안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해서 개정 취업규칙을 무효로 판결했다(2017.5.18. 선고 2016가합566509 판결: 재판장 판사 권혁중·판사 박현숙·판사 김주영).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이 교체된 후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16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개최해 박근혜 정부 성과연봉제 추진의 불법성을 인정하고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관련 후속조처 방안’을 의결했다. 노사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기관은 이사회 의결을 통해 관련 취업규칙을 재개정하고, 노사합의에 따라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곳은 유지 또는 변경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노동조합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법원의 결정이 잘못됐음이 확인됐다고 할 수 있다.

노조의 규약 해석상 당연직 전임인 러닝메이트로 당선된 부위원장(3년 임기)들에 대해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전임 해임처분을 해서 그 효력을 정지할 필요성이 절실해 효력정지를 신청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법 신청부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방식으로 규약을 해석해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고(2015.4.29.자 2014카합81005 결정: 재판장 판사 김용대·판사 장두영·판사 유형웅), 항고심인 서울고등법원 신청부도 같은 논리로 항고를 기각했다(2015.11.18.자 2015라20325 결정: 재판장 판사 이종석·판사 윤도근·판사 조정래). 그런데 서울중앙지법 본안재판부는 전임 해임처분이 무효라고 판결했다(2016.7.22. 선고 2016가합506392 판결: 재판장 판사 김한성·판사 이상률·판사 이아영).

노동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 노동전담부를 설치했으면, 노동가처분 사건도 노동전담부에서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 긴급하게 결정해야 하는 가처분 사건이야말로 전문성 있는 판사가 담당할 필요가 있다. 각 법원이 업무분장만 조정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참심형 노동법원을 도입해 노동사건 처리의 전문성과 신속·공정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사회·경제적 약자인 노동자 보호를 위해 노동법을 특별법으로 인정했으면, 관련 분쟁처리 법원과 절차를 별도로 마련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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