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저성과자를 선정하고 무분별하게 징계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성과향상 프로그램을 도입해 저성과자를 퇴출하는 기업의 인사권 행사가 위법하다는 판결이다.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으로 동력을 얻었던 민간회사의 성과퇴출제 질주에 법원이 제동을 건 셈이다.

서울남부지법 제13민사부(판사 김도현)는 지난 21일 오전 알리안츠생명 노동자 2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성과향상 프로그램 관련 징계(경고조치) 무효 소송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노동자들은 “징계가 절차상 위법하고 합리적인 사유 없이 이뤄졌다”고 주장해 왔다.

26명 경고조치 후 2차 교육

알리안츠생명은 지난해 7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매긴 직원별 평가등급을 반영해 70명의 저성과자를 선정했다. 이 중 관리자급을 제외한 61명이 1차 성과향상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됐다. 성과향상 프로그램은 부서장이 3개월 단위로 대상자의 업적과 역량을 평가하고, 최종평가점수 60점 이상을 받으면 통과하는 시스템이다. 프로그램을 통과하지 못하면 부서장 명의의 경고장을 받는다.

회사는 지난해 10월 1차 교육 평가 후 26명의 직원에게 2차 성과향상 프로그램 대상자임을 통보했다. 알리안츠생명노조는 교육 대상자 명단과 졸업 여부·점수·졸업 못한 사유를 공개하라고 요청했으나 회사는 “관리자의 해당 직원 평가점수와 온라인교육 이수 여부·해당 직원의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Exit(통과) 여부를 판단했다”고 밝혔다.

2차 교육 당사자들도 평가점수와 선정 이유를 문의했지만 회사는 “처음 대상자 중 하위 50%를 잔류 인원으로 선정했다”고 답하며 구체적인 선정 기준이나 순위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들은 잔류 통보에 대한 근거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이의신청을 했지만 회사는 모두 기각했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2차 교육 대상자 26명에게 부서장 명의의 경고장을 발송했고, 그중 20명이 같은해 12월 법원에 징계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저성과자 징계도 절차·근거 명확해야”

노동자들은 경고조치에 대해 “절차와 사유가 불분명한 징계”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재판과정에서 “경고조치는 징계의 한 종류”라며 “징계를 위한 절차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인사위원회 개최나 당사자 사전 통보도 없이 인사관리부 요청에 따라 일괄적으로 경고 처분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노동자의 비위행위에 대해 기업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행해지는 징벌적 제재가 바로 징계”라며 “인사평가 결과 저성과자로 판정된 사람에 대해 교육·훈련으로 업무수행능력을 향상시키거나 다른 업무에 재배치할 수는 있지만 징벌적 제재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재판에서 경고조치와 관련해 “징계권 행사라기보다는 통상적인 인사권 행사에 가깝다”며 “성과 창출이 저조한 직원을 곧바로 징계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2차 교육 대상자 중 5명이 3차 교육을 받았고, 이 중 두 명이 4차 교육 대상자로 선정돼 프로그램을 이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 수위도 교육 차수에 따라 올라갔다. 3차 교육 대상자는 견책을, 4차 교육 대상자는 1개월 감봉 조치를 받았다.

김진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징계의 근거가 없다”며 “이번 판결로 성과향상 프로그램 과정에서 발생한 징계도 공정한 절차와 명확한 규정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법원 판결문을 보지 못해 입장을 밝히는 게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알리안츠생명은 2014년부터 성과관리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며 올해 4회차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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