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철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건설기계분과위원장)

건국 이후 최대 토목공사로 기억되며 환경 재앙으로 알고 있는 4대강 공사는 건설기계 노동자들에게는 재앙 그 이상을 남겼다. 4대강 공사는 건설회사에는 수익을 가져다줬지만 4대강 공사현장에서 쓰인 건설기계장비는 건설회사 요구에 의해 헤아릴수 없이 늘어났고 완공된 후 늘어난 장비는 일할 곳을 찾지 못해 녹슨 고철로 남겨져 있다.

건설현장에는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고 그중 건설기계를 운전하고 임대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건설기계 중 덤프트럭과 레미콘운송트럭·콘크리트펌프카는 정부에 의해 수급조절 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이들 기종의 운행가동률이 50% 내외로 조사되면서 정부는 2009년부터 수급조절을 시행하면서 신규진입을 억제하고 있다. 신규진입을 억제하지 못하면 지금의 가동률, 즉 2대 중 1대가 놀고 있는 상황에 더 큰 혼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건설산업 특성상 잠시 가동률이 증가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렇다고 가동률이 증가하는 것과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다른 얘기다. 건설기계장비가 대표적인 사례다. 가동률은 건설경기가 호황이던 시절에도 60%를 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즉 40%는 항상 실업 상태를 전전하는 것이다.

수요 장비보다 운행 장비가 과포화 상태에서 하나의 일자리를 가지고 두세 대가 경쟁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경쟁은 필연적으로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저단가)을 초래해 건설현장을 왜곡시킨다. 장시간 노동에서 오는 사고와 저임금은 노동자들이 기본적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간다.

건설현장은 기복이 심한 산업이다. 경기 등락에 민감히 반응하고 정부 정책에 의해 오늘과 내일이 다른 산업이다. 호황기라고 불리는 시절과 불황이라는 시절이 항상 존재하고 지역별로도 고용상황이 다른 것이 건설산업이다.

특정 지역이 호황이더라도 다른 지역은 불황을 겪고 일자리를 찾아 떠돌 수밖에 없다.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180일에서 200여일을 일한다. 더 일하고 싶어도 건설현장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장마철이나 동절기에는 일손을 놓는 날이 허다해서 일이 생기면 토요일이든지 일요일이든지 마다하지 않고 일을 해야 한다.

건설현장 연간 근로일수가 200여일 정도되면 좋은 일자리고 누구나 선망하는 일자리라지만 건설기계장비 노동자들은 매일매일 일자리를 찾아 떠돈다. 건설기계의 소비자, 즉 사용자는 일반 시민이 아니라 건설회사와 레미콘 제조회사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갑질을 하듯 건설현장에서는 건설회사와 레미콘 제조회사가 건설기계장비 노동자를 장시간 노동에 내몰거나 자유롭게 해고하며 저임대료로 사용하고 있다. 오죽하면 박근혜 정부 때 박근혜의 복심으로 불리던 이정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표는 농담이라며 국토교통부 차관에게 수급조절 폐지를 요구하는 레미콘공업협동조합과 면담을 하라고 요구했다. 집권여당 대표가 농담이라고 던진 말을 농담이라고 여길 사람이 과연 있을까. 사용자단체의 이익을 위해 현장에서 일하는 레미콘 노동자들의 삶은 생각하지 않고 수급조절을 폐지하려 했던 것이 박근혜 정부와 그 당시 한나라당이다.

지금도 상황이 비슷하다. 갑질을 하려는 건설회사와 레미콘 제조회사들은 수급조절을 통해 발생한 한두 가지 문제점을 침소봉대해서 수급조절 전체를 무력화하려는 로비를 해당 부처와 정치권에 끊임없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급조절은 건설기계 종사자 생계유지와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당연히 지속돼야 하고 다른 기종으로도 확대해야 한다. 특히 굴삭기는 가동률이 포화상태인데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통상 문제를 이유로 수급조절을 하지 않고 있다. 자국민의 피눈물을 내는 무역협정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되묻고 싶다. 문재인 정부는 을 중의 을인 건설기계장비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호장치인 수급조절을 계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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