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노조가 19일 오전 서울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에서 고 김창수 조합원 위령제를 지냈다. 안전한 일터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담아 노란색 바람개비를 설치했다. 윤자은 기자
“편리함의 대가가 누군가의 희생이라면 반납하겠습니다.”

“사고 현장에서 불과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뉴스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이 도시가 밉습니다.”

“너무 눈물 나요. 근로조건이 개선돼 더 이상의 피해가 없길 바랍니다.”

지난달 28일 새벽 선로 보수작업을 하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철도노동자 고 김창수씨를 추모하는 글이 서울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창가를 가득 메웠다. 철도노조(위원장 강철)가 시민분향소를 설치한 지 보름 만에 그를 추모하는 포스트잇 수천장이 붙었다. 노량진역을 지나는 시민들은 발길을 멈추고 저마다 마음을 모아 글을 남겼다.

유가족 “사람이 먼저인 코레일이 되길”

노조는 19일 오전 서울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앞에서 위령제를 열고 김창수 조합원의 넋을 위로했다. 코레일 수도권서부본부 영등포시설사업소에서 일하던 김창수 조합원은 서울 영등포역과 노량진역 사이에서 선로 보수작업을 위해 작업표지판을 세우고 작업장소로 돌아오다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사고 원인으로 인력 부족과 위험한 작업환경이 지목됐다.

박성수 노조 서울지방본부장은 “철도현장에서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 창수형이 살아 있는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일 것”이라며 “전 직종에 걸쳐 돈보다 안전, 사람 목숨이 중요함을 일깨우는 투쟁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위령제에는 유가족이 함께했다. 김창수 조합원의 딸 김아무개씨는 “유족의 슬픔을 위로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안전한 철도, 사람이 먼저인 코레일이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일터 만들자”

“못난 우리가 지켜 드리지 못했지만 철도노동자들의 안전표지판이 되어 우리 가슴속으로 다시 돌아오신 선배님의 발걸음이 멈춘 곳, 그곳에서부터 제가 조영량이 되고 제가 김창수가 되어 이제 우리가 먼저 앞장서겠습니다.”

이한주 조합원의 헌시 ‘이제 우리가 앞장서겠습니다’가 낭독됐다. 위령제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안전한 일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강철 위원장은 "열차가 다니는 시간에 선로를 보수하고 열차에 매달려 입환업무를 하는 게 당연시되는 모든 업무 과정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용노동부는 사고가 발생한 코레일 수도권서부본부의 전 직종을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한다. 이달 24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열흘간 진행되는 조사에는 철도 노사와 안전보건공단이 참여한다.

한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8일 고양 덕양구 고양고속철도차량기지를 방문해 현장 안전점검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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