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KTX 승무원 복직투쟁 4천일을 맞은 올해 2월 어느날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다. 전화를 받은 김승하 지부장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박원순 서울시장입니다”라는 말에 순간 "누가 장난을 치나" 하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박 시장은 김 지부장에게 “힘내라”며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고 했다. 박 시장이 지난 18일 그 약속을 지켰다.

박원순 시장 “KTX 승무원도 외주화 희생양”

18일 저녁 서울역 3층 대합실에서 열린 KTX 해고승무원 문제해결을 위한 토크콘서트에 박원순 시장이 게스트로 참석했다. 박 시장은 “승무원들이 힘든 투쟁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함께하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고 인사말을 했다.

김승하 지부장은 “서울시가 발표한 정규직화 계획을 KTX 승무원들에게 적용하면 정규직화해야 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박 시장은 “맞다”고 답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 구의역 참사는 인건비를 아낀다는 이유로 스크린도어 업무를 외부에 용역을 줘서 발생한 사고”라며 “스크린도어 수리는 시민 안전과 관계된 것이고 KTX 승무업무도 승객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들도 똑같은 외주화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구의역 사건 이후 안전 분야의 외주화된 업무를 원청으로 돌리고, 기존 정규직에 비해 차별받던 처우도 개선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가 코레일 사장이면 당장 문제를 해결할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지부장은 “1·2심에서 승소한 것을 대법원이 뒤집었는데, 결국 사법부마저 저희를 버린 것”이라며 “어떻게 이런 판결을 했는지 아직까지 의문”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박원순 시장은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박 시장은 KTX 승무원들의 복직 전망이 밝다고 봤다. 그는 “다행인 것은 촛불광장에서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외친 결과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만들겠다고 이미 약속했기 때문에 그 햇볕이 코레일까지 오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김 지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철도노조와 정책협약을 통해 KTX 승무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언급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얘기를 전해 달라고 요청하자 박 시장은 “대통령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혹시 (약속 이행이) 늦어지면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해고승무원 문제는 노조와 해고자 개개인에게 맡겨 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울컥한 해고승무원들 “희망 봤다”

토크콘서트에는 해고승무원 20여명이 맨 앞자리를 지켰다. 박 시장은 승무원들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하며 격려했다. 승무원들은 “더 큰 희망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오후 업무를 마치고 서울역으로 달려왔다는 해고승무원 김영선(36)씨는 “박 시장이 우리 노동자 편에서 말을 해 듣는 내내 위로가 됐다”며 “서울시와 다른 우리 현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일곱 살 아이와 함께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해고승무원 양혜영(37)씨는 “11년은 그냥 지나간 세월”이라면서도 “한없이 무력해지다가도 올해는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희(36)씨는 “11년만에 처음으로 기대가 된다”고 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해고된 이후 정부가 세 번 바뀌었지만, 과거 어떤 정부도 해고승무원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며 “박원순 시장의 얘기를 듣고 기대와 위안을 함께 얻고 간다”고 웃음 지었다.

한편 KTX 해고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이달 10일부터 2주간 복직을 요구하는 집중행동을 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천주교·개신교·성공회·불교에서 법회와 기도회를 열었고 이번주에는 야간문화제와 토크콘서트를 매일 진행한다. 19일에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토크콘서트에 게스트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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