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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권리, 통상임금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최저임금은 예상대로 결정됐다. 지난 몇 주간 진행된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5일 내년 최저임금을 7천530원으로 의결했다. 민주노총 등 일부 노동계도 경총 등 사용자단체도 불만을 표했다. 하지만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던 문재인 정부는 바라는 대로 됐다고 만족을 표했다. 대한민국헌법은 노동자의 기본권으로 근로의 권리를 보장하면서,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했고(32조1항), 그에 따라 최저임금법은 해마다 최저임금을 정해 왔다. 최저임금제는 국가가 노동자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해 근로계약관계에서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착취를 제한하기 위한 것이다. 알바 등 비정규직과 중소 영세사업장의 수많은 최저임금이 자신의 임금수준인 수많은 노동자들에겐 최저임금 인상이야말로 자신의 임금 인상인 것이다. 이 나라에서 임금수준은 사업장 단위로 결정되고, 이를 넘어서는 임금제도는 존재하지 않고, 산별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조차도 사업장 단위의 임금수준을 정하고 있을 뿐이니 최저임금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그런데 노동자 임금은 최저임금만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의 법정근로시간에 대한 임금수준을 정한다. 내년 시간급 7천530원은 법정근로시간 내 1시간 근로에 대한 임금수준을 말한다. 상여금 등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임금 외의 임금’, 연장근로·야간근로·휴일근로·연차휴가수당 등 ‘소정의 근로시간 또는 소정의 근로 일에 대해 지급하는 임금 외의 임금’, 가족수당 등 ‘그 밖에 최저임금액에 산입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은 임금’ 등은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는다(최저임금법 시행규칙 2조 별표1).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노동자라도 연장·야간·휴일근로 및 미사용연차 등에 대한 임금은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연장·야간·휴일근로의 대가 임금은 해당 노동자의 통상임금에 50%를 가산해 지급하도록 근로기준법은 규정하고 있으므로(56조), 통상임금액이 노동자의 법정 외 근로의 대가 임금을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통상임금은 법정근로를 초과하는 장시간 근로가 만연한 이 나라 노동현실에서 최저임금 결정만큼이나 중요하다. 최저임금만으로 장시간 근로하는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착취를 제한할 수는 없다. 통상임금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3. 촛불혁명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는 최저임금 1만원, 노동시간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제1호 일자리 만들기 공약의 이행과제로 적극적으로 내세운 데 비해 통상임금 문제는 그렇지 않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등록한 10대 공약에도, 대선 막판에 더불어민주당이 발간한 종합판 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에도 통상임금은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5월 초 미국 순방 중 지엠 회장의 부탁을 받고서 잘 해결해 주겠노라고 말했다는 뉴스가 보도된 직후, 대법원은 통상임금 사건을 전원합의체 재판부로 넘겨 같은해 9월 초 공개변론을 진행한 후 2013년 12월18일 판결을 선고했다. 재직자 조건, 일정근무일수 충족 조건, 신의칙 법리 등 문제의 통상임금 판결이었다. 2014년 1월 말 고용노동부 ‘통상임금 노사지도지침’을 통해 많은 사업장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발표해서 노사 간 논란이 됐다. 급기야 2015년 9월15일 노사정 합의를 하고, 노동시장 구조개혁법안의 하나로 입법이 추진해 왔다. 박근혜 정권의 전 기간에 걸쳐 통상임금 문제만큼 노동문제에서 전체 노동자들이 뜨겁게 관심을 가진 것은 드물었고, 노사 간에 심각하게 논란이 되는 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는 찾아볼 수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함께 적폐로 청산된 것도 아니다. 여전히 이 나라 노동자들 대다수는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19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된 통상임금 관련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122인 의원이 다시 발의해서 그대로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저히 구석에 처박아 두고 묻어 두려야 둘 수가 없는 노동자권리 문제인 것이다.

4. 1일 8시간, 1주 40시간의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 그리고 야간근로와 휴일근로가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이 나라에서 세계 최장수준의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동시간단축은 국가의 직접적인 법적 규제를 통해서 가능할 수 있게 노동시간 관련법을 개정 및 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뿐만 아니다. 그 근로에 대해서 가산된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간접적인 방법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법정수당제도가 제 기능을 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근로기준법 56조는 연장·야간 및 휴일근로를 하는 경우 통상임금에 50%를 가산해 지급하도록 법정수당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법정근로를 초과한 연장근로, 그리고 야간근로와 휴일근로에 대해 가산된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그 근로를 한 근로자에 대해 법정근로보다 가산된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사용자가 노동자를 장시간 근로로 사용하는 걸 규제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니 법정수당제도라도 제 기능을 했다면 노동시간에 관한 국가의 직접적인 법적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사용자의 부담을 통해 장시간 근로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연장·야간·휴일근로 및 연차미사용 근로를 통해 기존 근로자를 장시간 사용하는 것에 비해 근로자를 채용해서 사용하는 것이 부담이 덜하다면 사용자들은 그걸 적극적으로 궁리했을 테니 말이다. 통상임금은 바로 법정수당에 관한 것이다. 장시간 근로의 제한으로서 법정수당제도가 기능하기 위해서는 법정수당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 법정근로(또는 소정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해진 임금 일체가 해당할 수 있어야 한다. 법정근로(또는 소정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해진 임금 중 일부를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는 순간 통상임금에 50%를 가산·지급하는 법정수당은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제한하는 기능을 가질 수가 없다. 실제로 오랫동안 이 나라에서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 법 집행을 통해 그랬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소송 등 법적 다툼과 투쟁을 해 왔던 것이고, 이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된 현재도 그렇다.

5. 잊힌 권리였다. 분명히 촛불대선에선 잊힌 노동자권리였다. 그리고 지금 그걸 말하는 것도 생뚱맞기조차 하다. 그걸 요구해 투쟁하는 것은 귀족노동자가 하는 배부른 투쟁처럼 들리기조차 한다. 비정규직·최저임금·청년실업 등 보다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 문제 앞에서 통상임금 문제는 덜 열악한 노동자권리 문제로 보인다. 그래서 겨우내 촛불집회에서, 촛불대선에서 통상임금문제는 청산해야 할 적폐로 외치거나 선거권자의 관심을 끌 만한 공약으로 적극 제시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통상임금은 노동자에게 임금권리의 문제고, 노동시간의 문제다. 대기업 정규직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비정규직의 저임금 문제다. 연장·야간·휴일에 근로를 하고,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모든 노동자의 권리 문제인 것이다. 현대자동차에서 15일 미만자에게 지급하지 않는 현대자동차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하게 되면, 그와 동일한 지급기준을 가진 중소기업·비정규 노동자도 연장·야간·휴일근로를 하더라도 상여금을 빼고서 산정한 통상임금으로 법정수당을 지급받게 된다. 르노삼성자동차에서 재직 중인 자에게만 상여금을 지급해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받게 되면 그와 동일한 지급기준을 가진 협력업체 노동자도 연장·야간·휴일근로를 해도 그 상여금을 빼고서 산정한 통상임금으로 법정수당을 지급받게 된다. 잊히려야 잊힐 수 없는 노동자권리 문제인 것이다. 그럼에도 겨우내 촛불집회에서, 지난봄 촛불대선에서 잊고 있었다. 최저임금 1만원은 그 광장과 거리에서 당당히 외쳤지만, 통상임금은 그렇지 못했다. 여전히 노동자가 확보하지 못한 권리로 남아 있는데도, 노동자권리를 위한 입법이 추진된다는 보장도 없는데도 말이다. 사실 누가 잊으라 해서 잊힌 것은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노동자 스스로 잊히도록 방치했던 것이다. 2015년 9월15일 노사정 합의 이후 통상임금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되고서였다. 그 법안에 관해서 이 나라 노동운동은 총파업 등 물리적인 비판도 고사하고 논평 수준에서 심각한 비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 더는 잊히지 않도록 스스로 외치고 나서야 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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