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이 7천530원으로 결정됐다. 16.4% 올라 역대 최대 인상액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1만원을 대선공약으로 걸었고 구체적으로는 2020년까지 점진 인상하는 안을 내놓았다. 이번 인상률로만 보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 긍정적으로 예상된다. 정권이 바뀐 것이 실감된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 소식을 들은 소상공인들은 시름이 깊어 간다. 편의점주의 경우에는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알바생보다도 수익이 적어지는 결과가 허다할 것이라는 뉴스가 넘친다. 다른 중소업체 사장님들의 형편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되 같은 양상으로 보인다.

반면 대기업들은 이미 최저임금을 훨씬 상회하는 임금을 노동자들에게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권 아래에서 다소 평온하다.

그렇다면 결국 최저임금 논의는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중소업체 사용자 사이의 이전투구다. 대기업이 뒷짐 지고 강 건너 불구경해도 괜찮은 걸까.

그래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서민경제·국가경제·내수시장은 영원히 살아날 수 없다. 대기업 곳간에 쌓여 있는 사내유보금의 재분배와 대·중소기업 공정거래, 합리적인 누진세 정책을 공격적으로 실행할 시점이다. 모두가 살기 위해서 말이다.

30대 대기업 사내유보금이 2016년 기준 754조원에 달해 최근 10년 만에 세 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 중 재벌 자산 최고순위인 삼성·SK·현대자동차의 사내유보금 증가비중이 90%에 육박한다. 이에 반해 가계부채는 지난해 1천207조원으로 한 해 동안만 11%나 증가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양극화가 심화해 있다. 한국은 이미 비정상 사회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참모인 장하성 정책실장은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실질임금이나 가계소득이 늘지 않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기업이 창출한 이익이 분배되지 않고 기업 내부에 유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선언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소득재분배가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법인세와 자산소득 과세를 늘려야 한다.

새로 임명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대기업이 중소업체를 착취해 이윤을 쌓아 놓는 고리를 끊어 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장하성-김상조가 이른바 '문재인노믹스'를 이끌어 가는 형국을 국민은 기대에 차 지켜보고 있다. 이번 정부 경제정책은 '소득주도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첫째 실질임금 상승, 둘째 가계소득증대를 통한 최종적인 내수증진과 생산성 향상의 길 말고는 없다.

따라서 이번 최저임금 인상을 마중물로 삼아 재벌의 사내유보금의 보를 열어 조세확충과 투자증대의 바다를 창출하고, 공정거래감독의 날카로운 칼로 경기장을 정의롭게 만들어야 한다.

국가경제는 성장하는데 일반 국민의 삶의 질은 전혀 개선되지 않는 이 거꾸로 된 나라를 다시 거꾸로 세울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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