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휴대전화 반납 같은 통제적인 노동환경에 시달린 건양대병원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했다.

16일 노동계에 따르면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지난 14일 관저동 관저문예회관에서 보건의료노조 건양대병원지부 설립총회를 열었다. 진단검사의학과 정영준 조합원이 초대 지부장으로 활동한다.

정영준 지부장은 “병원은 커 가고 있는데 직원인 우리들은 그만큼 대우받고 있는지, 21세기에 걸맞은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최소한의 인간존중이 있는 직장문화와 육아휴직을 비롯한 당연한 권리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건양대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근무 중 관리자들에게 휴대전화를 반납해야 한다. 근무지 의자에는 허리 등받이조차 없다. 노조는 “2000년 개원 이래 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 직원을 찾아볼 수 없고, 야간근로수당에도 통상임금을 제대로 적용하고 있는지 의심된다”며 “임금수준이 사립대병원 가운데 최하위인데도 병원측은 새 병동 건립을 추진하는 등 외형적인 성장만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설립총회를 전후해 많은 노동자들이 노조 가입을 문의하고 있다.

그런데 벌써부터 사측이 활동을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에 나섰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15일 지부가 근무시간이 끝난 직원들이 오가는 병원 탈의실 인근에서 지부 설립 사실을 알리고, 가입 독려활동을 했는데 사측 관리자가 현장을 찾아와 감시·방해를 했다.

노조는 “건양대병원이 전근대적인 노무관리를 벗어나 노조를 존중한다면 노사상생에 적극 협력하겠다”며 “관리자를 동원해 노조 가입운동을 방해하고, 조합원들을 불이익 취급한다면 5만 조합원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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