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일한 만큼 보상받는 것입니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고 싶습니다. 대형여행사 갑질 횡포에 관광통역안내사의 고통이 심각합니다. 여행업계의 잘못된 원·하청 구조를 바로잡아 주십시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카페에서 박인규(49·사진)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 한국관광통역안내사본부장을 만났다. 한국관광통역안내사본부는 지난달 30일 설립총회를 하고 이날 7일 한국노총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에서 가입인준을 받았다. 박인규 본부장은 1998년부터 20년간 태국에서 관광통역안내사로 일하고 있다.

대형여행사 갑질 횡포 무궁무진

- 대형여행사 갑질 횡포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여행업계 구조가 굉장히 기형적이다. 순서는 이렇다. 대형여행사가 항공권을 대량 구입한 뒤 저가단체상품을 만들어 관광객을 모집한다. 이 과정에서 관광객 1인당 3만~4만원 차익을 챙긴다. 이들은 현지여행사(랜드사)로 관광객만 보낸다. 여행상품 진행을 위해 내는 돈은 한 푼도 없다. 랜드사는 관광통역안내사에게 전체 여행진행비 중 절반 정도를 주고 가이드를 하라고 한다. 중간에 돈이 떨어지면 결국 선택관광·쇼핑으로 간극을 메워야 한다. 29만원짜리 저가단체상품의 간극을 메우려면 관광객 1인당 80만원을 쓰도록 만들어야 한다.”

관광통역안내사는 관광객이 선택관광·쇼핑을 하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여행 자체보다 선택관광·쇼핑을 줄기차게 권하는 이유다. 랜드사도 대형여행사로부터 관광객을 받아야 하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여행상품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대형여행사는 현지 호텔바우처를 싼값에 산 다음 랜드사에 비싸게 판다. 현지에 식당까지 차려 놓고 식사비도 비싸게 받는다. 그런데도 이용 안 할 수가 없다. 관광통역안내사가 선택관광·쇼핑으로 부족한 수입을 메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심지어 관광객 1인당 1만원씩 인두세를 떼어 간다. 갑질 횡포가 무궁무진하다.”

- 노조는 언제부터 준비했나.

“6년 전 태국에서 관광통역안내사 모임을 만들었다. 대형여행사의 횡포로 나빠진 삶의 질을 회복하려고 했다. 그런데 랜드사 경쟁이 과열됐다. 그들이 대형여행사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모임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노조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봤다. 지난달 초 한국노총을 찾았다. 한국노총에 ‘우리 좀 살려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노총에 ‘우리 좀 살려 달라’고 했다”

- 노조의 요구는 무엇인가.

“대형여행사 갑질 횡포를 막아 달라는 것이다. 랜드사들의 과도한 경쟁도 없애야 한다. 여행업계의 대표적인 원·하청 불공정 관계다. 대형여행사들이 초기에는 직영점을 운영했다. 2008년께부터 지사를 폐쇄하고 하청인 랜드사에 저가단체상품을 만들어 떠넘겼다. 그걸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관광통역안내사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박인규 본부장은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형여행사들은 저가단체상품을 남발한다. 관광통역안내사는 하루에 14~15시간을 일해야 한다. 그런데도 노동의 대가가 거의 없다. 심한 경우는 석 달 동안 한 푼도 못 번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저가단체상품이 홈쇼핑·누드상품·초특가상품 이런 거다. 홈쇼핑은 한 번에 2만명씩 모집해 놓고 책임을 떠넘긴다.”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는 지난 1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형여행사 갑질 횡포를 진정했다. 17일에는 6개 여행업체 대표에게 간담회를 요청했다. 조만간 국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한다.

- 앞으로 노조활동 계획은.

“노조 가입 대상이 동남아시아 15개국에서 일하는 관광통역안내사 1만여명이다. 지난달 30일 태국에서 본부 설립총회를 한 데 이어 태국지부를 만들었다. 20일에는 베트남지부 설립보고대회를 한다. 캄보디아에서도 준비 중이다.”


글=연윤정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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