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 블로그 갈무리

지난해 박근혜 정부 총선개입 논란을 초래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빨간 목도리’ 광고가 대통령 집행 재가가 나기도 전에 방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부는 광고 제작·송출에 예비비를 사용했는데, 국가재정법과 정부 지침에 따르면 예비비는 대통령 재가와 기획재정부 예산배정 이후 집행하게 돼 있다. 그런데 노동부는 재가·배정이 나오기 전에 광고를 송출한 것이다.

게다가 노동부는 2015년 광고비 지출과 관련해서도 같은 방법으로 집행절차를 어겨 국회에서 지적을 받았다. 노동부는 당시 국회에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절차를 다시 어긴 사실을 숨겼다.

대통령 재가도 없는데 광고 송출·게재

13일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동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노동부는 총 50억원의 예비비를 편성해 33억4천만원을 집행했다. 예산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이른바 노동개혁 필요성이나 최저임금 준수를 강조하는 홍보비로 쓰였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한국방송공사와 한국언론진흥재단과 계약해 집행한 열정페이 근절을 위한 인턴지침 캠페인 광고비 10억500만원이다. 한국방송공사와 계약한 광고는 KBS에 송출됐고, 한국언론진흥재단과 계약한 것은 종합편성채널·KTX 광고에 송출되거나 서울·수도권 지역 광역버스에 부착됐다.

예비비에 대한 대통령 재가는 지난해 3월10일에 나왔고, 기재부는 같은달 14일 예산을 배정했다. 그런데 노동부 광고는 같은달 9일부터 송출되거나 게재되기 시작했다. 예비비 사용과 관련해 국가재정법·기획재정부 지침에 명시된 절차를 어긴 것이다.

인턴지침 캠페인 광고는 인턴의 노동조건 개선을 강조하는 내용인데, 이기권 장관을 포함한 광고 출연자들이 빨간색 상의와 목도리·모자를 착용해 논란이 됐다. 4·13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빨간색을 사용해 총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불렀다.

2015년 예비비도 사용절차 어겨
지난해에는 국회 자료제출 요구 거절


노동부가 예비비 사용절차를 어긴 사례는 또 있다. 노동부는 2015년 53억원의 예비비를 노동개혁 홍보비용으로 썼다. 이 중 11억8천만원어치의 신문·방송광고를 대통령 재가와 기재부 배정 이전에 송출·게재했다. 2015년 예비비 지출 승인건을 다룬 지난해 7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광고 내용과 절차뿐 아니라 예비비 사용처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다음 연도 예산편성을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할 때 사용하게 돼 있는 예비비를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홍보에 사용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노동시장 구조개선 관련 노사정 논의가 한창이었기 때문에 “노동계 압박용”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환노위는 예비비 승인건과 관련한 예비심사보고서에 “정책홍보에 예비비를 사용하는 경우 국가재정법과 관련 지침을 준수하도록 하고 관련 책임자를 징계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해 이기권 장관도 “절차상 문제점을 인정한다”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당시 환노위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2016년 예비비 사용명세서 제출을 노동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국가재정법상 총괄명세서는 다음 연도 5월31일까지 제출하도록 돼 있다”며 거부했다.

결과적으로 노동부가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예비비 지출 절차를 어긴 뒤 숨긴 꼴이 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예비비 지출절차에 어긋난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당시 인턴 열정페이 문제가 사회적 이슈여서 집행을 서둘렀다”고 해명했다.

이용득 의원은 “박근혜표 노동개혁 강요의 일환으로 진행된 예비비 사용절차 위반 문제는 지난 10년간 노동적폐 중 일부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노동부 장관이 조속히 임명돼 노동적폐와 일자리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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