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 철수를 염두에 둔 것일까. 아니면 한국 정부와 거래할 생각인가.

글로벌 지엠의 한국시장 철수설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엠 본사의 속내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불확실한 생산계획, 위기감만 키워

12일 노동계와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위기의 실체는 ‘불확실성’이다. 생산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지엠 생산량은 완성차와 반조립제품(CKD)을 합쳐 2012년 206만대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감소해 지난해에는 124만9천대를 기록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올해 임금교섭에서 '8시간+9.33시간' 체제로 운영되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8시간+8시간'으로 바꾸고, 월급제를 시행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공장별 생산물량과 차종을 약속해 달라는 것도 주요 요구사항이다.

지부 관계자는 “공장별 생산물량을 확보하는 등 미래발전계획만 나온다면 파업을 자제하고 월급제 시행 같은 요구안을 유연하게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량감소 위기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글로벌 지엠 차원의 구조조정도 주목된다. 글로벌 지엠은 2013년 쉐보레 브랜드를 유럽시장에서 철수시킨 뒤 유럽에 유일하게 남은 브랜드였던 오펠을 최근 매각했다.

한국지엠 경영진은 지난달 30일 임직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글로벌 지엠은 현재 수익성과 사업 잠재력에 중점을 두고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생산물량과 제품계획에 대한 재평가를 하고 있다”며 “이런 불확실성으로 회사는 이번 임금교섭에서 노조의 물량 관련 요구에 대해 언급하거나 확약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지엠 경영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노사는 물론 정부와 정치권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철수 압박하며 혜택 요구할 수도

지엠 본사가 한국공장에 대한 뚜렷한 계획을 내놓지 않는 것을 두고 당장 철수하기보다는 차츰 물량을 줄여 한국공장을 고사시킬 것이라는 관측과 한국 정부에 뭔가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02년 지엠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면서 한국지엠 공장은 소형차를 중심으로 지엠의 수출 생산기지 역할을 해 왔다. 그런데 중국을 비롯한 주요 소비국가들이 자체 생산공장을 설립해 소비하면서 생산기지로서의 한국지엠 위상이 작아지고 있다. 유럽 판매는 본사 차원에서 아예 포기한 상황이다.

판매가 줄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의 생산도 줄일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경차·소형차 판매를 유지하고 있는 창원공장과 부평1공장을 빼고는 가동중단 우려도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지엠이 한국 정부에 공장가동을 조건으로 각종 혜택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실제 그런 사례가 적지 않다. 지엠이 2013년 환경규제를 이유로 창원공장의 소형 상용차인 다마스와 라보 생산을 중단하려고 하자 정부는 환경규제 유예 혜택을 줬다. 같은해 5월에는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지엠 회장이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지엠이 한국에서 철수하거나 지분 전체를 매각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현지국가에서 생산량을 줄이면서 정부와 거래를 하는 것이 지엠의 경영패턴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생산량 축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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