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의 7월 메시지가 언론에 오르내렸다. 이슈가 됐던 부분은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결정되는 구조인 만큼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겠습니다”는 문구였다.

그런데 일부 언론사가 이 메시지를 인용하는 기사 제목을 <한국노총 위원장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쉽지 않아”>라고 뽑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하겠다고 공약했는데, 한국노총 위원장이 나서 그게 쉽지 않다고 반기를 든 것으로 오해를 살 만한 제목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노총이 최저임금 협상에서 적당히 타협할 것처럼 보이게도 한다.

원래 문장에서는 분명히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결정되는 구조인 만큼”이라는 조건이 달렸다. 알다시피 지금의 최저임금 결정구조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노·사·공익위원이 최저임금위원회라는 틀에서 협상을 통해 결정되는 구조다. 지난 8차 회의까지 사측은 PC방·편의점 등 8개 분야의 최저임금 감액적용을 고수하며 협상을 파행으로 몰고 갔다. 결국 8차 회의 표결까지 가서야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는 얘기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자체가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쉽지만은 않다”고 쓴 것이다.

또한 이 문장은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겠습니다”라고 끝을 맺었다. 대통령이 인상을 공약했지만 한국노총이 그것만 쳐다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최저임금 1만원을 쟁취하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왜 언론들은 이 메시지를 인용한 기사 제목을 <한국노총 위원장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쉽지 않아”>라고 뽑았을까. 이번 기사뿐만이 아니다. 다른 언론사는 지난달 21일자 1면 톱기사로 <한노총 “文정부 탄생 주역이 누군데…”>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이 언론사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일자리위원회 간담회에서 호통을 치고, 정부 머리 위에 앉아 ‘감 놔라 배 놔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한국노총은 즉각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보도를 신청했고 해당 언론사는 반론보도문을 게재하기로 했다.

왜 언론들은 한국노총을 이렇게 흔들어 대는가. 한국노총과 정부의 긴밀한 노정관계에 대한 ‘불안감’의 발로가 아닐까 싶다. 그들은 그들의 최대주주이거나 광고주인 재벌대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데 익숙해 있다. 지금 긴밀한 노정관계에 가장 불안해하는 재벌대기업들을 대신해 노정관계를 흔들고 싶은 것은 아닐까.

한국노총이 지지한 대통령이 공공부문 성과연봉제를 중단시켰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추진한다. 미국 순방에 한국노총 위원장을 대동하는가 하면, 노동계를 국정 동반자로 예우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혔다. 이런 모든 것이 그들은 꼴 보기 싫고,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이런 관계가 끝났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그들의 바람과 무관하게 한국노총은 갈 길을 갈 것이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당당히 나아갈 것이다. 구더기가 무서워 장 못 담글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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