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연대노조(위원장 김태완)가 소형화물차를 수급조절제 적용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했다. 늘어나는 택배물량을 감당할 수 없어 ‘자가용 번호판’을 달고 불법 배송업무를 하다 보니 범법자만 양산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소형화물차를 수급조절제에서 제외하면 택배노동자들의 처우가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노조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택배용 화물차 수급조절제를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수급조절제는 화물자동차를 일정 규모 이내로 제한해 운송사업 허가나 증차를 수반하는 변경허가를 내주는 제도다. 2003년 화물연대가 파업으로 포화상태에 이른 화물운송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도입돼 지금에 이르렀다.

노조는 화물운송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행된 제도가 택배업계 현실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택배시장이 해마다 7%씩 성장하면서 택배차량이 태부족이라는 것이다. 김태완 위원장은 “택배 물량이 2013년 15억개에서 2016년 21억개로 늘었다”며 “5년 동안 증가한 물량 6억개를 소화하려면 택배기사 1만명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과 제도가 개편되지 않아 택배기사들이 생계를 위협받는 지경으로까지 몰렸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택배 물량에 비해 허가된 배송차량수가 부족해지자 택배기사들이 자가용 번호판을 달고 불법운행을 하는 일이 적지 않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6년 국정감사에서 배송차량 4만5천4497대 중 1만3천11대(28.6%)가 불법운행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소형화물차 수급조절 폐지가 답이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급 규제가 풀리게 되면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공급이 과잉돼서) 임금이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연구원은 “택배시장에서 공급이 부족하면 시장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택배 운임비는 여전히 바닥”이라며 “화주나 택배업계가 일방적으로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 운송업계 관행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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