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이용섭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성과연봉제나 연공급제를 대신할 임금체계로 직무급·성과급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직무·성과급제 시행을 위한 준비가 부족한 데다, 노동계도 거부감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앞서 나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섭 부위원장은 10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한상의 회원기업 CEO 300여명을 대상으로 ‘새정부 일자리정책 방향’을 주재로 강의했다. 강의 뒤 한 기업 관계자가 연공급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을 지적했고, 이용섭 부위원장은 “오래 근무하면 무조건 봉급이 늘어나는 시스템을 지양하고 업무 난이도와 성과를 따지는 직무성과급제로 바꿔 가겠다”고 답했다. 이 부위원장은 “전 정부에서 추진한 성과연봉제 방향은 맞지만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연공급제의 문제점과 직무급제 도입 필요성을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이용섭 부위원장의 발언에 성과급제까지 추가된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연공급제와 성과연봉제 대안 임금체계로 직무·성과급제를 잡았다는 해석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일자리위 관계자는 “내부에서 새 임금체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적은 없다”면서도 “방향은 직무·성과급제로 잡은 것이 맞다”고 밝혔다.

현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부작용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새 임금체계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직무급과 성과급을 새 임금체계로 규정해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노동계나 재계와의 대화가 시작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방향을 미리 가리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전문가들도 구체적인 임금체계 형태를 거론하는 것을 꺼린다. 한 연구자는 “임금체계를 바꾸려면 노동계와 머리를 맞대고 준비해야 하는데 특정 임금체계가 먼저 얘기되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노동계의 시선도 고울 리 없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에서 직무급제를 거론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성과급제 얘기까지 하고 있는 거냐”며 불쾌해 했다. 이 관계자는 “연공급제를 개선하는 것이 불가피하더라도 새 임금체계는 어느 일방에 의해 정해질 수 없다”며 “직무급제니 성과급제니 하는 발언 역시 일방적인 추진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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