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영 변호사(법무법인 덕수)

금속노조 충남지부 갑을오토텍지회 노동자들이 지난 8일 상여를 메고 청와대에 갔다. 갑을오토텍은 충남에 있는 자동차부품 생산업체로 갑을상사그룹이 2009년 모딘코리아를 인수해 갑을오토텍으로 사명을 변경한 회사다.

갑을오토텍은 지금까지 세 차례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첫 번째는 통상임금 판결, 두 번째는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채용한 특전사 출신 직원들의 폭력사태, 세 번째는 갑을오토텍 사측대리인 출신 박형철 변호사의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임명과 신현수 변호사의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임명이다. 박 변호사는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 부팀장을 맡아 수사하다가 좌천성 인사 발령 끝에 검찰을 떠난 사람이다. 그가 갑을오토텍 사측대리인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노총에서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고, 이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반부패비서관이 반부패업무만 잘하면 되지, 노조를 탄압한 회사의 소송대리인 경력이 무슨 상관인가라는 반론. 이와 관련해 생각해 볼 문제는 첫째, 공직자가 되기 위한 요건은 무엇인가. 둘째, 변호사 수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다.

공직자가 되기 위한 요건은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추었느냐다. 전문성은 해당 업무와 관련한 경력과 전공·학력·논문·저서 등을 근거로, 도덕성은 위법행위 여부·재산 보유 정도나 과정을 근거로 판단할 수 있다. 특히 도덕성 검증기준으로 실정법인 공직자윤리법이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인사 5대 원칙’으로 ‘병역비리·부동산투기·세금탈루·위장전입·논문표절’ 여부를 제시했다.

박형철 변호사의 갑을오토텍 사측대리 경력 논란은 전문성·도덕성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제기로 보인다. 이전 경력이 사회 공동체에 어떤 결과를 야기했느냐라는 ‘공공성’의 문제, 이전 경력으로 인해 공동체의 이익이 증가했느냐라는 ‘공익성’의 문제다. 박 변호사는 "갑을오토텍 사건을 맡은 것은 문제가 됐던 이전 경영진이 기소된 이후인 지난해 봄부터였고, 변호사로서 사측에 불법행위를 하지 말도록 조언했었다. 그러나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변호사가 고소대리인인 사건이 지금도 천안 검찰청과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 있고, 갑을오토텍지회의 직장폐쇄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법원이 가처분 기각에 인용한 증거는 박 변호사가 가처분 신청에 앞서 고소한 사건에서 제출한 고소장에 담겨 있는 내용이다. 그 결과 1년 가까운 사측의 직장폐쇄로 조합원들은 월급 한 푼 받지 못하는 생계의 고통을 겪었고, 급기야 한 분은 자살하기에 이르렀다. 박 변호사의 업무는 갑을오토텍 조합원들의 삶에 나쁜 영향을 미쳤고, 조합원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변호사 업무 특수성을 근거로 갑을오토텍 사측대리 경력을 문제 삼는 민주노총을 비판했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수임을 거절해서는 안 되므로, 노조파괴를 일삼는 악덕 사업주라 하더라도 수임을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변호사 윤리장전에는 "변호사는 의뢰인이나 사건의 내용이 사회 일반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수임을 거절하지 아니한다"(16조1항)는 조항이 있다.

그런데 이 조항을 근거로 변호사나 대형로펌은 수임 의뢰가 있으면 무조건 수임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왜 이들이 맡은 사건은 하나같이 재벌이나 가습기 살균제 가해자인 옥시,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같은 자본가들인가? 이 조항의 취지는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27조4항)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12조4항), 소송법상 무기대등의 원칙을 구체화한 것이지, 변호사는 절대로 사건 수임을 거절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형사사건의 국선변호인도 불가피한 경우 사임할 수 있다. 윤리장전 조항은 강제가 아니다. 변호사 업무도 의무가 아니다. 대형로펌이 주로 재벌이나 외국계기업을 대리·변호하는 것은 사건의 내용이 사회 일반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 하더라도 거액의 수임료를 받기 때문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변호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사업자다. 그럼에도 변호사법 1조는 변호사의 사명으로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명시하고 있다. 사업자이지만 변호사 업무 특성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공익성’과 ‘공공성’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공직자에게 전문성과 도덕성을 요구하는 이유는 공직 업무가 공공성을 가지고 공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업무뿐 아니라 공직자에게도 이러한 공공성과 공익성이 요구된다. 변호사가 수임을 거절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법률 전문지식을 보편적으로 활용하라는 의미다. 노조 파괴로 헌법상 보장된 노동자 권리를 짓밟고 직장폐쇄로 직원 생계를 위협하는 회사의 수임의뢰까지도 거절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수임한 사건의 결과 공동체 구성원인 노동자의 권리와 생존을 위협한다면, 이것은 기본적 인권을 짓밟고 불의를 옹호하는 것이다. 변호사 출신 공직자라면 더욱 이전 경력에 공공성과 공익성이 있었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박형철 변호사 임명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노조파괴 증거인멸 의혹까지 받고 있는 법률사무소 김앤장의 신현수 변호사를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으로 임명했다. 국민통합을 외치는 청와대에는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의 절규가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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