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뜨거운 물이 안 나오는 곳이 많아요. 겨울에 빨래를 하다 보면 발이 찢어질 것 같습니다. 국가가 지원하는 좋은 일자리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참혹했어요. 최저임금도 못 받고 있습니다. 수가를 결정하는 분들에게 ‘제발 와서 한 번이라는 일을 해 보고 결정하시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2005년 간병일을 시작해 10년 이상 노인돌봄·가사간병 방문 요양보호사로 일한 정시경씨의 말이다. 일하는 동안 정씨의 나이 앞자리는 3에서 5로 변했다. 나이 느는 속도를 월급 느는 속도가 못 쫓아왔다. 얼마 전 우연히 첫 월급명세서를 봤는데 77만원이 찍혀 있었다. 정씨는 12년이 지난 올해 82만원을 받는다. 그는 "노인종합돌봄서비스 수가가 최저임금보다 느리게 오르는데, 그것도 2년째 동결 중"이라고 비판했다.

“하루는 일하는 곳에 따라온 딸아이가 집 안에 못 들어오고 밖에서 2시간 동안 저를 기다렸어요.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만큼 집 안에 바퀴벌레와 구더기가 가득했거든요. 나중에 딸아이가 그러더군요. ‘내가 대통령 할아버지한테 얘기해서 엄마가 더 이상 이런 곳에서 일하지 못하게 하겠다’고요. 돌봄노동자가 당당한 직업인으로 인정받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정씨는 여러 번 눈물을 훔쳤다.

사회서비스 노동자들과 사회서비스 제도개선을 위한 공동행동이 지난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8간담회실에서 수가 현실화를 위한 증언대회와 토론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정부가 저수가 책정으로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고통을 외면하면 서회서비스의 미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서비스 허드렛일 취급하는 정부"=정부는 2007년 4대(노인돌봄·장애인 활동지원·가사간병·산모 및 신생아 돌봄) 사회서비스에 바우처 제도를 도입했다. 그런데 수가가 법적 하한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책정돼 논란이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장애인 활동지원 바우처사업에 책정한 수가는 9천240원이다. 전년 대비 2.7% 올랐다. 최저임금 인상률(7.3%)을 한참 밑돈다. 심지어 수가에 임금·4대 보험료·기관 운영비 같은 경비가 포함돼 있다.

공동행동에 따르면 시간당 1만736원의 수가가 책정돼야 장애인 활동지원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에 맞춰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 장애인 활동보조 노동자 이정임씨는 “턱없이 낮은 수가 탓에 근로기준법에 따라 최저임금과 주유수당을 지급하는 활동지원 기관은 전국 900여곳 중 15곳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서 일하는 장애인 활동보조 노동자 권임경씨는 “정부가 장애인 활동 지원을 허드렛일 취급하면서 국가가 정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주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저임금 노동자의 권익을 우선한다면 당장 사회서비스 노동자에게 사과하고 추경예산을 확보해 최소한 최저임금 이상이 지급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수가결정, 당사자 참여시켜 투명하게"=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수가 결정방식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서비스는 ‘돌봄노동’으로도 불린다. 직역별로 업무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수가는 제각각이다. 서비스별 노동자들의 임금이 해당 사업에 배정된 예산 같은 단순한 이유로 책정되는 탓이다.

윤정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장기요양보험처럼 서비스수가 산정을 위한 공식 회의체계로 서비스수가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당사자 조직이 위원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사회복지사·보육교사 외에도 요양보호사·장애인 활동지원 인력을 아우르는 사회서비스 노동자를 위한 임금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 전달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자영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지난해 조사에서 바우처 노동자들의 희망사항이 ‘이용자와 연결이 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와 ‘최소한의 급여 제공’이었던 만큼 수가 인상만으로는 두 가지 희망사항을 해결할 수 없다”며 “지방자치단체 단위 사회서비스공단 같은 공적기구가 서비스 수용·공급 정보를 관리하고 인력을 직접 고용해 효율적인 매칭을 할 수 있어야 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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