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에 사는 여성노동자 김아무개(45)씨는 “일을 열심히 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회사 관계자 말을 듣고 2015년 4월 평택에 있는 ㅇ자동차부품업체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김씨는 올해 4월6일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일자리를 잃었다.

김씨는 “회사가 경영에 문제가 없고 근태관리만 잘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 준다는 취지로 구두약정을 했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기대권을 인정해야 한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이달 4일 나온 경기지노위 판정은 “김씨의 계약갱신 기대권이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경기지노위는 김씨를 포함해 다른 기간제를 채용할 당시 회사가 “열심히 일하거나 우수한 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 줬고, 실제 근무평가 우수자가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갱신기대권 인정하는데, 거절 이유도 합당?

그럼에도 경기지노위는 “회사가 김씨의 계약갱신을 거절할 합당한 이유가 있다”며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김씨의 업무능력이 정규직으로 전환하기에 부족하다고 주장한 회사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9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갱신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해서 무조건 정규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에게 정규직이 되기 위한 평가기회를 줘야 한다는 뜻이다. 평가 결과 일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정규직이 안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공정한 평가기준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2007년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시행 뒤 처음으로 기간제 노동자의 갱신기대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노동자에 대한 근무평가가 공정하지 못했다"며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라"고 판시했다. 당시 기간제 노동자를 대리한 양지훈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계약갱신 기대권이 인정된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까지 핵심 쟁점은 평가의 공정성 여부”라고 말했다.

핵심은 '공정한 평가기준' 존재 여부

이번 김씨 사건에서 경기지노위는 회사 근무평가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김씨가 불량제품을 골라내지 못해 1단계 평가에서 낮은 평가점수를 받은 적이 있고, 최종 평가 결과 중위권 점수를 받은 점을 고려해 정규직 전환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정했다.

그런데 ㅇ업체 근무평가 결과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회사가 밝힌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고숙련자와 근무평가 우수자다. 반면 올해 1월 작성된 회사의 ‘생산직 계약직 전환 타당성 검토 현황’ 자료를 보면 “20세에서 30대 후반의 젊은층”을 정규직 전환 대상자로 명시하고 있다.

45세인 김씨는 애초부터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김씨의 남편 최아무개씨(58)는 “특정 연령대만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인데 평가에 공정성이 있을 리 없다”며 “어렵사리 계약갱신 기대권을 인정받아도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경기지노위 판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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