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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디지털 전환’을 기회로 삼는 독일 노동조합
▲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미래를 향한 노동조합의 고민은 국가를 막론하고 전 세계적으로 크다. 세계 노동운동의 경향에서 반드시 고려할 필요가 있는 독일 노동조합의 선택은 미래의제와 관련해서도 의미심장하다. 최근 필자는 독일 금속노조(IG Metall)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 지역지부를 방문해 그들의 고민과 활동을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놀라웠던 것은 독일의 노동조합이 경제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우리가 주로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이라고 하는 커다란 도전을 기회로 삼으며 선제적으로(proactively) 임하는 모습이었다.

4차 산업혁명이든 디지털 전환이든 많은 나라에서는 그것이 고용과 노동시장에 끼칠 영향을 비관적으로 진단하며 막연한 위협감과 공포감 속에 있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예컨대 비록 노동조합은 아니었지만, 비슷한 시기에 필자는 영국의 옥스퍼드 인터넷연구소(Oxford Internet Institute) 연구원들과 4차 산업혁명이 영국 노동시장에 끼칠 영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대개 경제의 디지털화가 종래의 ‘일자리 쪼개기(파편화)’ 경향을 더욱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과 독일의 모습은 확연히 달랐다. 그간 독일의 산업계와 연구계가 '산업4.0(Industrie 4.0)' 전략을 표출하며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을 제조업의 경쟁력 증진과 새로운 시장의 선도적 개척전략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이는 정확히 국정농단세력이 ‘창조경제’라고 하는 막연한 비전을 내세우며 국가가 비즈니스를 억지로 굴복시키며 배정하고 할당시켜 실행하게 만들었으나 별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자원과 시간을 낭비했던 우리의 시간과 겹친다.

더 나아가 지난 2~3년간 독일 연방노동사회부(BMAS)가 주도해 디지털화가 산업질서 변화를 도모하는 것을 넘어 그것이 노동에 끼칠 영향을 고민하면서 '노동하기4.0(Arbeiten4.0)' 프로젝트를 발주해 일종의 대화 플랫폼을 만들어 전 사회적 문제제기를 수렴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구축해 일종의 백서를 만들어 낸 것도 꽤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는 독일의 노총과 금속노조 등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독일 금속노조 지역지부는 주정부 공적재정을 따낸 뒤 산업현장을 방문해 어떤 직무, 어떤 부서가 주로 디지털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노동자들은 어떠한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인터뷰하며 사실을 파악해 가고 있었다. 그러한 기회를 활용해 노동자들을 노조로 조직화하고 종업원평의회(Works Councils)가 그러한 전환에 보다 선제적으로 개입해 들어가도록 독려하고 있었다.

독일 금속노조 NRW주 지부는 디지털 시대의 노동의 변화와 관련한 업무에 30여명의 직원 중 4명을 투입하고 있는데, 이는 단일 사업에 두 번째로 많은 인력을 투입한 것이라고 한다. 독일 노총의 싱크탱크인 WSI의 전임 소장인 하르트무트 자이퍼트 박사의 말에 따르면 현재 독일에서는 노사정 모두가 디지털 전환에 대해 일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공히 독일 경제와 산업 경쟁력 증진의 수단으로 이를 사고하는 것이다. 특히 노조는 기술혁신과 신기술 도입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노동자들을 위한 고용안정의 우선적인 과제임을 인식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사용자들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이를 활용하면서 노동조합과 종업원평의회의 심기를 거슬러 그들이 이러한 전환을 반대하거나 거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동친화적인 태도를 취하고, 향상훈련(Further Training)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 뒤스부르그 에센대학의 토마스 하이페터(Thomas Haipeter) 박사는 이러한 일치된 견해를 일종의 새로운 코포라티즘의 일환으로 봤고, 이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노사정 간 타협의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필자는 독일 연구여행을 떠나기 전에 한국 금속노조가 주관한 디지털 시대의 노동의 미래에 대한 토론회에 참석한 바 있다. 거기에서 우리나라 노조가 이 주제와 관련해 걸음마 수준의 인식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변화에 대해 우리 노동조합도 향후 진지한 노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mjnpark@kli.re.kr)

박명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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