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5일 논평에서 "향후 논의가 우리나라의 입법·사법 주권을 지키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FTA 협정에 따라 양국 공동위원회는 협정 내용을 개정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데, 어느 한쪽 당사국이 요청하면 30일 이내에 특별회기 방식으로 논의가 이뤄진다. 만약 미국이 공동위원회에 협정 개정을 안건으로 상정하려 한다면 이를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민변은 그동안 한미FTA가 국내의 입법·정책·사법 주권을 훼손해 왔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한미FTA 위반 소지를 이유로 재래시장 500미터 인근에 대형슈퍼마켓 진출을 규제하는 것에 반대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제시됐다. 이 밖에 저탄소차 지원금 제도가 좌초하거나 미국 비자카드 수수료 폐지 정책이 실패하고 문재인 정부의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정책이 난관에 부딪힌 것도 한미FTA에 의한 제약 때문이라는 것이 민변의 주장이다.

민변은 최악의 독소적인 조항으로 ISDS(투자자-국가 소송제도)를 꼽았다. ISDS가 우리나라 사법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론스타 ISDS' 사건이다. 론스타는 옛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막대한 이익을 취했지만, 지분 매각심사 지연과 불필요한 세금을 냈다는 이유로 우리 정부를 상대로 수조원대의 ISDS를 제기한 상태다. 대법원은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고, 국세청의 론스타에 대한 법인세 과세처분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민변은 “한국의 사법적 판단이 확정된 상황에서 ISDS가 사법부 판단을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 사법주권 침해의 본질”이라며 “한미FTA 중 입법·정책·사법주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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