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시행된 지 6년이 흘렀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시행 당시부터 교섭대표노조가 되지 못한 나머지 소수노조들의 교섭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많았고, 이에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9조2항 등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이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법재판소(2012년 4월24일 2011헌마338) 결정은 △소수노조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할 수 있고 △사용자 동의하에 자율교섭도 가능하며 △교섭단위 분리가 가능하고 △사용자와 교섭대표노조에 공정대표의무가 부과돼 있으며 △교섭대표노조 지위유지기간도 2년으로 한정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5년여가 흐른 지금, 현장에서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다음과 같은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첫째, 현행 제도상 교섭대표노조가 되지 못한 소수노조는 사용자에게 직접 단체교섭을 강제할 수 없고,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쟁의행위도 할 수 없도록 돼 있는 점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사무직 등을 조직화해 친사용자 성향의 교섭대표노조를 만들거나 지원하는 방식으로 민주노조의 교섭요구와 쟁의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버릴 수 있다.

둘째, 사용자로 하여금 친사용자 성향 노조를 과반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부당노동행위를 하도록 하는 유인이 발생한다. 과거에는 조합원 일부를 탈퇴시킨다고 해도 노동조합이 사실상 와해되는 수준으로 조합원이 줄어들지 않는 이상 해당 노조의 교섭요구나 쟁의행위를 차단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현행 제도하에서는 친사용자 성향의 노조가 다수가 될 수준으로만 탈퇴공작(부당노동행위)을 하면 소수노조의 쟁의행위를 원천봉쇄할 수 있으므로, 사용자 입장에서는 부당노동행위 유인이 더욱 크게 발생한다.

셋째, 교섭대표노조는 단체협약으로 소수노조의 근로조건까지 후퇴시킬 수 있음에도 이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다. 물론 상당수 노동조합은 규약으로 총회 찬반투표를 거쳐 단체협약을 체결하도록 하여 위원장의 체결권을 견제하고 있지만, 이런 총회 절차조차도 내부적 규약에 불과하므로 소수노조 조합원들을 찬반투표에서 배제해도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아니라는 하급심 판결(서울중앙지법 2016년 7월21일 선고 2014가합60526)도 나온 상태다. 공정대표의무 위반 입증이 어려운 데다, 쉽사리 인정도 안 되는 점을 고려하면 공정대표의무 제도만으로 소수노조의 노동 3권이 침해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넷째,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관련 법령이 미비한 점이 많아 현장에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사용자가 절차이행을 해태하는 경우 조합원수 산정의 기준시점은 언제인지, 합병 또는 분할시 교섭대표노조 지위는 어떻게 되는지 등 현장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해 법령에 명확한 정함이 없어 이와 관련한 법적분쟁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복수노조와 교섭창구 단일화 도입 후 갖가지 문제가 발생하면서 제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우선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와 개별교섭시 사용자 동의를 요하는 부분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에게 부여된 개별교섭 동의권으로 인해 사용자는 친사용자 노조가 소수일 때는 개별교섭으로, 친사용자 노조가 다수일 때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정한 경우에는 사용자 동의 없이 소수노조 신청만으로 개별교섭을 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할 것이다.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하는 현 제도를 그대로 둔다면 적어도 교섭대표노조의 교섭권·쟁의권·단체협약 체결권 행사를 소수노조가 견제하는 실효성 있는 장치를 둘 필요가 있다. 예컨대 교섭위원 중 일부를 의무적으로 소수노조에 할당하거나, 단체협약 체결시 소수노조를 포함한 총회 또는 대의원대회 결의를 거치도록 하여 소수노조 의사가 단체협약에 반드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도 시행 6년간 확인된 여러 가지 법령상 미비한 규정을 합리적으로 대폭 보완해 현장에서 늘어나는 법적분쟁을 종식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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