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조선업이 올해 세계 수주점유율 1위를 탈환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 경기에 훈풍이 불고 있다. 반면 조선업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용·임금삭감 위기는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4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지난해 임금·단체협상 타결을 요구하며 5일부터 전 간부가 상경해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한다. 12일부터는 조합원 1천여명이 일손을 접고 2박3일간 서울에 머무르며 현대중공업 사태를 알린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과 올해 임금교섭을 통합해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교섭에서 지부는 최종안으로 임금동결과 고용보장을 제시했다. 회사는 전 직원 기본급 20% 반납과 2017년에 한해 고용을 보장하는 방안으로 맞섰다. 지부는 올해 임금교섭에서는 금속노조 공통요구안인 기본급 15만4천883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교섭이 중첩하면서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만 키우는 모양새다.

지부는 노숙농성 기간 중 여야 정치권과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정부 부처를 찾아 현대중공업 단체교섭 중재를 요청한다. 조합원들은 청와대와 국회에 현대중공업 실태를 알린다. 지부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회사가 납득할 수 있는 새로운 제시안을 내면 상경투쟁을 재검토할 수 있다"며 "입장 변화가 없다면 현장을 멈추고 조합원 상경투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사관계에 찬바람이 부는 것과 달리 조선업 경기는 상승기류를 탔다. 영국 조선·해운 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8일까지 국내 조선소의 세계 수주점유율은 34%로 중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하반기까지 기세를 유지하면 2012년 이후 5년 만에 1위를 탈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 부활은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이 주도했다. 지난달 28일까지 72척·42억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수주목표인 75억달러의 60%가량을 조기에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13척(플랜트 두 건 포함)·48억달러, 대우조선해양도 7척·7억7천만달러를 수주해 목표치를 달성해 나가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5분기 연속 흑자를 내고 올해 수주실적이 양호한데도 회사를 분사해 자회사를 만들고, 임금삭감 같은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조선업 경기불황을 틈타 시도했던 임금삭감·구조조정을 중단하도록 정치권 등 사회적 압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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