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설치·수리기사가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이 발생한 지 보름도 안 돼 충북 충주에서 수리기사가 수위 높은 발언으로 협박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회사가 설치·수리기사들의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4일 희망연대노조에 따르면 충주지역 SK브로드밴드 인터넷 설치기사가 고객 A씨에게 협박을 받았다. 설치기사는 지난달 28일 오전에 작업을 하기로 했지만 설치 예정일 오전 비가 내리자 감전 우려가 있다며 고객센터에 일정변경을 요청했다. 상담사가 A씨에게 날짜 변경을 안내하면서 사달이 났다.

A씨는 상담 노동자에게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다. 노조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A씨는 “기사가 오면 죽여 버릴 것 같다. 날씨가 (지금) 좋은데 날씨가 안 좋아서 설치를 못하겠다고 하는 부분도 이해가 안 된다”고 폭언을 했다. 상담원은 A씨에게 녹음 중임을 알렸지만 막말은 그치지 않았다. 그는 "누구든 오면 죽일 것 같으니 오지 말라"는 식의 문제 발언을 수차례 반복했다.

원청인 SK브로드밴드는 개통을 중단해 달라는 노조 요청을 수용했다. 노조는 A씨를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충주지역 조합원 오아무개씨는 “A씨가 다른 사람 명의로 등록을 할 수도 있고, 한 명만 막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호소했다. 노조 관계자는 “수리기사들이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며 “기사들 사이에서는 ‘고객이 무서워 일을 못 하겠다’ ‘방탄복을 입고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적인 말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치·수리기사에 대한 위험 상황이 연이어 발생하자 노동계 안팎에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수리기사 살해사건이 발생했던 KT에서는 기사에게 작업중지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요구가 회사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노조는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단체협약대로 "고객의 폭언·욕설 등 발생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실효를 거둘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장준 노조 정책국장은 “노동자 임금이 실적으로 평가되고 원청의 실적압박이 있는 한 이 항목은 실효성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회사가 고객을 설득하고 노동자 권리를 알려서 현장에서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가 물리적인 피해를 당했을 경우 사용자인 기업이 법적 조치를 취해야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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