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째 점심도 못 먹고, 화장실 갈 시간이 없어 물도 안 마시는 기사들이 많아요.”

“하루 종일 밥도 못 먹고 저녁 늦게 퇴근해서 집에 돌아왔는데, 퇴근시간이 ‘조정’돼 있는 걸 보는 게 제일 힘 빠졌어요.”

파리바게뜨 가맹점 제빵기사는 울분을 토했다. 지난달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파리바게뜨 본사가 위장도급업체를 통해 가맹점에 인력을 공급하고 실질적으로 제빵기사들을 지휘·감독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빵기사 4천500명을 불법파견한 파리바게뜨 본사는 이들을 직접고용할 법적 의무가 있다. 제빵기사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위장도급업체의 퇴근시간 조작으로 상시적인 임금체불도 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파리바게뜨 본사는 프랜차이즈와 불법파견을 결합한 변칙적 고용을 유지하면서 제빵 분야 프랜차이즈 시장 1위 사업자로 2위 경쟁사인 ㈜CJ푸드빌의 뚜레쥬르와 그 외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다.

블랙기업 SPC

2013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파리크라상이 가맹점에 부당하게 점포 이전·확장을 강요하고 인테리어 공사업체에 부당하게 불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5억7천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10년에는 정보공개서 미제공 및 제공기한 미준수 행위(62건 위반)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파리크라상은 2010년 세무조사에서 매출 누락 및 감가상각비 부인으로 59억원을 추징당하고, 2013년에는 가맹점 세무조사를 앞두고 매출기록을 삭제해 국세청이 세금을 부과했다. 이 과정에서 SPC가 가맹점 인테리어 강요 의혹, 매출기록 삭제 논란을 보도한 <go발뉴스>에 기사를 내리는 조건으로 광고를 주겠다는 ‘파리크라상의 언론광고 매수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리고 SPC는 내부고발을 하거나 상사와 갈등이 있는 직원을 솎아 내는 수단으로 유령부서인 시장조사팀을 통해 매년 3~4명을 소리 소문 없이 해고했다.

지배종속관계를 노동관계로 포섭해야

프랜차이즈는 형식적으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사이의 상업적 거래관계지만, 그 실질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지배권을 행사하고, 가맹점주는 가맹본부에 종속되는 수직적 관계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5조(가맹본부의 준수사항)와 6조(가맹점사업자의 준수사항)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지배종속을 가맹거래의 필수적인 내용으로 법제화하고 있다. 그런데 가맹점주가 처해 있는 열악한 영업환경은 가맹점주의 불성실이나 무능력이 아닌 프랜차이즈의 지배종속적 사업관계에서 파생되는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에서는 프랜차이즈 가맹거래계약에도 노동관계법을 적용한다. 프랑스는 프랜차이즈를 입법적으로 노동관계로 의제하고 있고, 독일은 ‘유사노동자’ 개념을 활용하고 있다. 2012년 미국 연방법원은 뉴욕 도미노피자 가맹점 노동자들이 가맹점주들의 최저임금 위반, 시간외근로수당 체불, 급여기록 조작을 포함한 노동법 위반에 대해 가맹본사를 피고로 추가한 소송에서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본사가 공시한 보수정책·관리체계·교육훈련 자료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공동고용으로 간주할 타당한 요소도 있다”며 프랜차이즈를 노동관계로 확대 해석하는 판결을 내렸다. 일본은 2014년 세븐일레븐 사건(오카야마현 지방노동위 결정례)에서 가맹점주를 노동법상 노동자로 인정하고, 이들이 구성한 편의점가맹점유니온에 대한 가맹본부의 단체교섭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했다.

균열된 일터, 다양한 조직화 방안 모색할 때

파리바게뜨 가맹점의 제빵기사 노동권 침해사례는 균열된 일터에서 나타난 고용 책임의 범위와 한계에 관한 문제점들을 명확히 보여 준다. 기업들은 자본시장의 요구와 정보통신기술(IT) 발달을 배경으로 사내하청·사외하청·해외하청·소사장제·프랜차이즈·위탁경영·도급계약 같은 방식으로 회사를 쪼개고 있다. 그 결과는 '노동의 불안정화'로 나타났다. 임시직·기간제·파견직·시간제·일용직·호출제·특수고용직 등의 이름이 붙는 노동자가 일반화된 것이다.

현재 균열된 일터에서 기존 노동조합 중심 노사관계시스템은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산별교섭 법제화와 단체협약 효력확장을 중심으로 이를 보완할 새로운 형태의 조직, 인터넷 커뮤니티, 네트워크 발생과 성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전국적으로 지역조직을 갖고 있는 정당을 중심으로 비정규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별 사업장을 넘어 사회운동적 노동조합과 연대하고 새로운 조직화 모델을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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