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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비정규직 권리보장 필요충분조건 ③] 노동자 쉴 권리를 기업 선한 의지에 맡겨서는 안 돼김송아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
   
 

노조 조직률이 수년째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노조의 보호를 받는 비정규직은 그보다 훨씬 적은 1%대다. 비정규직 100명 중 1명이 노조에 가입한 현실에서 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만으로 개선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금속노조는 올해 3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쟁취를 대정부 요구안으로 확정했다. 비정규직을 노조로 품는 조직사업과 함께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관계법 개정으로 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들의 삶을 변화시키자고 뜻을 모았다. 금속노조에서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을 하는 활동가들이 비정규 노동자 권리보장 입법을 요구하는 기고를 <매일노동뉴스>에 보내왔다. 4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① 최저임금 지금 당장 1만원
② 연차휴가를 제대로 보장하라
③ 공휴일을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로
④ 모든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박봉이지만 먹고살기 위해 오늘도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일하고 있다. 전체 노동자 10명 중 1명만 대기업 노동자고 우리 주위 대다수 노동자는 영세사업장 소속이다.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존중받아야 할 인간이며, 당당한 이 나라 국민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이들을 평등하게 대접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조기 대선 날까지 하루 걸러 징검다리처럼 석가탄신일과 어린이날이 이어지던 올해 5월 초. 연차휴가를 사용하면 최대 11일이나 쉴 수 있는 황금연휴라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선 당일은 마치 모든 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날인 것처럼 보도됐으나 실제 제대로 쉬는 회사는 드물었다. 관공서·은행·공공기관은 의무휴일이 보장되지만 일반기업은 자율적으로 쉴지 안 쉴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자율적으로 공휴일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어느 마음씨 좋은 사용자가 휴가를 보장하겠는가.

결국 공무원과 대기업, 노동조합이 있는 일부 사업장은 쉬었지만 전국의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상대적 박탈감만 느꼈을 뿐이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 전 국민이 다 같이 쉬게 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추석·설 같은 달력의 '빨간날'은 전 국민이 똑같이 쉬는 법정공휴일이 아니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정한 휴일일 뿐이다. 공무원들 외에는 자율적으로 쉬는 날을 결정하란 얘기다.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유급휴일은 주휴일(대부분 일요일)과 5월1일 근로자의 날뿐이다. 나머지 휴일은 취업규칙(사규) 또는 단체협약을 통해 약정해야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있는 대기업과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들은 쉴 수 있지만 힘없는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고 마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공휴일은 공무원이 쉬는 날이라며 일을 시키고, 법적으로 휴일근무가 아니기 때문에 휴일수당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휴일을 무급으로 처리하고, 공휴일이 있는 해당 주의 주휴수당(1주일을 만근하면 받게 되는 하루치 몫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노동자는 2일치 급여가 삭감된다.

공휴일에 일방적으로 연차휴가를 사용하게 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명절을 포함하면 1년에 16~17일이 공휴일이다. 이런 날을 연차휴가로 대체할 경우 노동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연차는 하나도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임금지급에서도 차별이 존재한다. 주 40시간제 시행 초기 토요일을 유급휴일로 할 것인지, 무급휴일로 할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근로기준법에 명확한 규정을 두지 않고 시행지침으로 기업의 자율적인 지정이 가능하도록 됐다. 그 뒤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까. 대기업이나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은 토요일을 유급휴일로 확보했으나, 90%가량의 노동자들은 무급휴일로 처리되고 말았다. 임금을 보전받기 위해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주말에도 일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주 40시간제 시행의 의미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오히려 이들은 대기업 노동자들과의 상대적 박탈감을 절감했을 뿐이다.

공휴일 연차휴가 대체는 근로기준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휴가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으로 법 취지에 어긋난다. 휴일과 노동시간을 기업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게 하면서 노동자 간 양극화도 확대됐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10% 수준에 불과한 상태에서 나머지 90%의 노동자들은 회사에서 정한 취업규칙·사규에 의해 유급휴일이 결정되고 있다. 기업주는 속성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유급휴일을 최소화하려고 골몰한다. 이런 조건에서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똑같이 누리고 같이 쉬게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법정 공휴일을 법으로 못 박아 두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김송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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