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민주노총의 ‘사회적 총파업’ 주간이다. 3일은 그 총파업의 한가운데에 있는 날이다. 지난달 29일·30일 이틀간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파업이 있었고, 30일 비정규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약 5만명이 참석한 ‘사회적 총파업 결의대회’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그런데 이번 파업을 두고 말들이 많다. 파업을 원칙적으로 불법·범죄로 보는 이 나라에서 언제 총파업이 비난 없이 넘어간 적이 있었냐마는 이번에는 비난의 성격이 특별했다. 총파업 때면 등장하던 불법 엄단이라는 권력의 경고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도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지금이 총파업을 할 때냐”며 서운함을 드러낸 것이 특별했다. ‘촛불청구서’라고 비꼰 일부 보수언론과 자유한국당의 비난은 지금까지 파업투쟁시 들어 왔던 것이라 특별할 것이 없었다. 그리고 경총은 지난달 28일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문제는 노사가 머리를 맞대며 방안을 깊이 고민해야 할 사안”이라며 “이제 막 일자리위원회가 출범하고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협상이 시작된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구태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는 성명서도 특별할 것이 없었다. ‘사용자 자본과 그 대변자들이 노동자 파업 때면 하는 말이다’고 하면 그만인 말이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홍영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사회적 총파업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며 “반노동의 시대가 끝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단축, 최저임금 등 주요한 노동정책의 해결 방안이 모색되고 있”고, “대통령의 의지를 통해 과거 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고 한 후, “이제 새 정부 출범 51일”이라며 “문재인 대통령도 적어도 1년은 지켜보며 기다려 달라고 말씀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노동자 편에 서겠다는 정부가 지금까지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금은 정부와 노동계가 머리를 맞대고 입법이나 정책을 통해 한걸음 한걸음 진전된 성과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때”라며, “정부는 이미 일자리위를 비롯한 많은 테이블에 노동계를 참여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으니, “공식적·합법적으로 노동계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이 확보된 만큼 총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은 국민들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 이용섭 부위원장은 같은달 26일 민주노총에 “지금은 총파업을 할 때가 아니”고, “일자리 혁명과 사회 대개혁을 위해 힘든 길을 가고 있는 대통령을 도울 때”라며, “대선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요구한 적폐 청산과 사회 대개혁을 문 대통령이 앞장서서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심의 적극적인 지지 속에 해 내야 하는 일자리 노사관계와 최저임금,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자칫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민주노총의 사회적 총파업은 아직 체계를 완전히 갖추지 못한 문재인 정부에 부담을 안겨 준다"고 말했다. 이상과 같은 사회적 총파업에 대한 비난의 말은 그 내용은 위 경총의 비난과 전혀 다르지 않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 지도부 인사들로 위촉된 일자리위원회 위원 위촉식과 함께 첫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노동계가 지난 (보수) 두 정부에서 워낙 억눌려 왔기 때문에 아마 새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내용들이 엄청나게 많을 것”이라며 “그러나 시간이 필요하다. 적어도 1년 정도는 시간을 주면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 민주노총이 어떤 총파업을 하겠다는 것인지 읽어 봤다. 지금까지 민주노총이 해 왔던 총파업투쟁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나는, 뭐가 그리 심란한 총파업이라고 그러나 하고 지금은 총파업을 할 때가 아니라고 야단인 것인지 읽어 봤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를 ‘사회적 총파업 주간’으로 선포하고서, 6월3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고, 최저임금 만원·비정규직 철폐 공동행동(만원행동),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공공비정규직노조 등의 단체가 주축으로, “초·중·고교 급식과 교무 보조 등을 담당하는 비정규 노동자와 청소노동자 등 10만명 이상이 참여”하고, 주요 요구사항은 “최저임금 즉시 1만원 달성, 비정규직 철폐, 근로시간단축 등”이 예고한 사회적 총파업이었다. 총파업, 본래 한 나라의 노동자들이 일제히 일을 멈추는 파업을 말한다. 그런데 11일간의 ‘사회적 총파업’은 어떤가. “초·중·고교 급식과 교무 보조 등을 담당하는 비정규 노동자와 청소노동자 등 10만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지만, 그야말로 그 기간 내내 파업하는 노동자수가 10만명 이상일 거라고는 나는 믿지 않는다. 지난 20년 동안 민주노총 차원의 수많은 총파업투쟁이 있었지만 10만명 이상이 10일 동안 파업을 했던 적이 있었던가. 민주노총이 언급한 참가 단위를 읽으면서도 도대체 무엇을 가지고 그들이 “지금이 총파업을 할 때냐”며 서운하다는 것인지 나는 납득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근로시간단축은 비정규 노동자와 청소노동자가 자신의 고용과 장시간 노동, 저임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 노동조합을 통해서 임단협 투쟁 때 제기해야 마땅한 요구였다. 그걸 두고서 “지금이 총파업을 할 때냐”고 비난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사실 이 나라에서 민주노총이 노동자권리와 노동기본권을 위해 투쟁하고자 한다면 학교 비정규직과 청소노동자 등만이 아니라 금속 등 대공장을 비롯한 전체 조합원, 나아가 이 나라 노동자 전체를 선동해서 하는 총파업을 조직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문재인 정부가 “지금이 총파업을 할 때냐”며 서운해 한다는 게 조금이라도 납득될 수 있었다.



3. 실제로 10만 파업이라고 광고해 온 총파업이지만 민주노총 조합원 대다수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비정규직 조합원이 주축이 된 파업인데도 수만 명이 파업을 하고 약 5만명이 파업집회에 참석했으니 성공적으로 조직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률은 1.7%에 불과하다. 이런 총파업투쟁을 한다는 건 비정규직 조합원의 거의 대부분이 참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총파업은 사실 학교 등 비정규직 중심의 파업이고, 임금 인상 등 교섭을 요구하고 조정과 쟁의투표를 거쳐 하는 2017년 임단협 투쟁이다. 으레 그래 왔듯이 이걸 한꺼번에 모아 민주노총은 비정규직·최저임금 등 사회적 이슈로 제기하기 위해 거창하게 사회적 총파업이라고 선전해 왔던 것이다. 그 요구들은 "촛불혁명의 완성"을 정책 비전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포함된 것이기도 하다. 그럼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 요구를 적극 실현하기 위해 나서겠다고 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아쉬움이 크다” “문재인 정부에 부담을 안겨 준다” “지금이 총파업을 할 때냐” ”적어도 1년 정도는 시간을 주면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는 이구동성으로 특별한 비난의 말을 했다. 촛불혁명, 촛불시민혁명이라고 촛불집회를 우러러 말한다.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시민들도, 촛불집회에 참여하거나 편승했던 정당 정치인들도, 심지어 촛불집회로 연 촛불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도 5·18과 6·10의 항쟁 기념사에서 분명히 혁명이라고 말했다. 그래 집회, 운동보단 역시 혁명이 제 맛이다. 세상을 집어삼킬 기세의 맛난 말이다. 그런데 촛불대선을 지나온 오늘, 이 나라에서 혁명에 기세를 부리는 주체 세력도 없고, 심지어 세상을 뒤집을 기세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두려움은 떠돈다. 이 지경인 현실을 두고서 혁명이라 말한다면, 이 세상의 위대한 말들이 차례로 그랬던 것처럼, 혁명은 위대함을 버린 말로 추락한 것이다. 혁명이라니 무슨 촛불혁명이 이런가. 지난달 20일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게시된 옥중서신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사회적 총파업은 일부의 우려처럼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다. 광장의 촛불을 이어받은 내 삶을 바꾸는 투쟁이고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개혁 추진을 위한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4. 1960년 4월 혁명도, 1987년 6월 항쟁도, 그리고 2016·2017년 촛불혁명도 없었다. 위대하다며 시민혁명이라고 말했지만, 그 혁명은 그걸 완성해 낼 주체를 세워 내지 못했다. 분명히 낡은 권력을 심판하는데 혁명적으로 행동했던 시민·학생은, 기껏해야 보수반동 정권 내지 세력을 몰아내고서 야당에 그 자리를 내줬을 뿐이다. 그러니 그 뒤의 세상은 그 혁명이 꿈꾼 새 세상은 아니었다. 인간의 역사에서 스스로 주체를 세우지 못한 혁명은 언제나 그랬다. 새 세상을 위한 개혁을 추진할 동력도 잃고, “내 삶을 바꾸는 투쟁”이 되지 못한 채 혁명은 기념관과 묘지에 안치돼 버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대선의 선거운동에서도, 그리고 대통령이 되고서도 수시로 “촛불혁명의 완성”을 말해 왔다. 촛불혁명은 광장과 거리에서 직접 행동이었고, 촛불혁명은 그 혁명의 주체인 주권자 국민의 행동 없이 완성될 수가 없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회적 총파업을 두고 ‘촛불청구서’ 운운하며 비난을 하고 있지만, 이는 촛불집회에서 민주노총 등이 주최단체로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그 조합원·노동자들이 적극 참여했다는 걸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나는 정말 아쉬움이 크다. 많은 노동자들이 조직적으로, 비조직적으로 참여했는데도 촛불혁명이 제대로 주체를 세워 내지 못한 것에 대해서 말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촛불혁명의 완성”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 부담을 안겨” 주지 않아도 됐을 터다. 그랬다면 오히려 지금이 사용자들을 상대로 교섭하고 절충해서 최저임금 1만원 달성, 비정규직 철폐, 근로시간단축 등을 할 때냐고, “1년 정도는 시간을 주면서 지켜보다가는 늦는다”는 총파업 격려의 말을 우리 노동자들은 들었을지 모른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