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명이 넘는 사망자를 낳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삼성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은 3일 정오 서울 송파구 삼성물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가습기 살균제 살인사건의 진짜 범인은 삼성”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7년간 자체 PB(자체브랜드) 상품 ‘가습기 청정제’ 30만개를 판매했다. 해당 제품에는 옥시레킷벤키저가 생산한 가습기 살균제에 함유된 유독성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당시 홈플러스를 소유한 기업이 삼성이라는 점이다.

삼성물산은 1997년 대구에 홈플러스 매장을 처음으로 연 뒤 2년 뒤 영국 테스코와 반반씩 투자해 삼성테스코를 설립했다. 삼성테스코는 전국 141개 홈플러스 매장을 운영하며 연매출 11조원대를 올려 국내 2위 유통기업으로 성장했다. 2011년 삼성물산이 삼성테스코 지분을 매각하면서 법인명이 지금의 홈플러스로 변경됐다.

환경부가 한국환경보건학회에 의뢰한 연구 결과를 보면 삼성물산과 삼성테스코가 판매한 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 사용자는 80만~90만명, 제품 사용 후 병원치료를 받은 피해자는 7만~11만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지금껏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삼성 책임론은 제기되지 않았다. 환경단체들이 지난해 3월 삼성물산과 영국테스코 임원 28명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삼성이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 직전 홈플러스를 매각했다고 해서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며 "검찰은 지금이라도 집단사망 사건을 일으킨 삼성과 테스코를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공정거래위원회와 삼성에 사건 조사와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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