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X 해고 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3일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정리해고 KTX승무원의 철도공사 복직 및 외주위탁 철회 등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처음부터 잘못된 해고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한다고 하지만 그 이전에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들이 먼저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의 말이다. 종교·시민·사회·여성·법조·노동계가 문재인 정부에 KTX 해고승무원 문제의 우선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006년 3월 시작된 해고승무원들의 복직 투쟁은 11년을 훌쩍 넘겼다. 3일 현재 4천143일째다.

◇“대법원 판결 그대로 두면 외주화 확산”=KTX 해고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X 승무원 문제는 안전의 외주화뿐만 아니라 여성 차별, 나아가 비정규직 문제의 표본”이라며 “해고승무원 문제 해결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5월1일 철도노조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측이 체결한 정책협약에는 “KTX 승무원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김승하 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은 “2004년부터 철도청·대법원·정치인들에게 거듭 배신을 당하면서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됐다”며 “올해는 현장으로 돌아가서 승무원이 철도 안전을 담당할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대책위 공동대표를 맡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 정수용 신부는 “비용절감이라는 탐욕 때문에 노동의 정당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며 “승무원 문제는 몇몇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로,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서비스와 안전을 분리하고 승무원 불법파견을 합법도급으로 인정한 비상식적인 대법원 판결을 그대로 두면 공공부문 외주화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고승무원 34명이 코레일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지난 2010년과 2011년 1·2심 재판부가 “KTX 승무원과 코레일 사이에는 직접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2015년 "합법도급"이라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 판결대로라면 승객 1천명을 태우고 시속 300킬로미터로 달리는 KTX에서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은 코레일이 직접고용한 열차팀장 1명뿐이다.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승무업무 외주화는 노동자 권리뿐만 아니라 승객의 안전할 권리까지 무시한 처사”라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출발은 승무원 복직과 직접고용 정규직화”라고 말했다.

◇해고승무원 급여지급분 환수, 정부가 해결해야=대책위는 이날 국정기획자문위에 정책제안서를 제출했다. 대책위는 정책제안서에서 KTX 승무원의 코레일 복직과 함께 그들의 급여지급분 환수 조치 철회를 요구했다.

2008년 임금지급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승무원 34명은 코레일에서 4년간 임금을 받았다. 지급받은 임금은 1인당 8천640만원이다. 그런데 대법원이 1·2심 판결을 뒤집으면서 복직은커녕 받은 임금을 모두 반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원금에 2016년 4월부터 연 5% 이자가 붙어 청구됐고, 올해 1월부터는 연 15%의 이자가 부과되고 있다. 올해 3월 이후 갚아야 할 환수금이 1억원을 넘었다.

코레일은 올해 1월 대전지법에 부당이득금 지급명령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코레일이 해고승무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환수소송 조정은 올해 9월 대전지법에서 진행된다. 조정 과정에 정부가 나서 달라는 게 대책위의 요구다. 대책위는 이달 10일부터 열흘간 서울역광장에서 KTX 해고승무원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기도회와 문화제를 개최한다.

대책위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비정규직대책 한국교회연대·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노동자회·민변 노동위원회 등 15개 종교·법률·여성·노동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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