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베네수엘라는 지금 난리가 아니다. 아니 난리다. 수도 카라카스 거리에서 마두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와 이를 진압하는 경찰이 대치한다. 한쪽에서는 돌과 화염병을 던지고 다른 쪽에서는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아 댄다. 이런 격렬한 시위가 석 달 너머 계속되고 있다. 이 와중에 7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마두로 정부는 "평화적인 시위는 보장하되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시위는 금지하며, 이를 어기고 행해지는 폭력·불법 시위는 공권력으로 제압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위는 애당초 평화적이 아닌 데다, 총기를 사용하는 등 불법적·폭력적인 형태로 행해졌다. 현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얼핏 보면 베네수엘라 정치위기는 우리나라 촛불혁명처럼 차베스에 이은 마두로 정권의 독재적 또는 파쇼적 통치에서 비롯된 것이고, 따라서 반정부 시위대의 폭력적 저항이 정당성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는 마두로 정권을 규탄하고 시위대에 박수를 보내야 할 것 같다. 이 사태를 보도하는 미국 언론이나 이들의 보도와 주장을 그대로 베껴 쓰는 기레기 언론을 무비판적으로 보면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가짜뉴스를 생산하거나 그것을 전파하는 것은 접어 두더라도 그들이 사태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아주 잘못돼 있다. 그들은 완전히 반마두로, 반베네수엘라, 반사회주의와 친제국주의, 친자본주의 관점에서 사태를 바라본다. 이로 인해 보도가 매우 편향·왜곡돼 있고 주장은 전적으로 전도돼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갑자기 베네수엘라가 강력한 힘을 가진 언론사 논설주간(<내부자들>이라는 영화로 유명해진 직책이다!)이나 ‘존경하는’ 국회의원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때문이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6월26일 비상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그리스와 베네수엘라 등의 좌파 포퓰리즘 정권과 흡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같은 당 이장우 의원은 김상곤 후보자에게 “사이버노동대학에서 러시아혁명사와 현실사회주의, 21세기 사회주의, 베네수엘라, 1920년대 사회주의운동을 가르쳤다”며 이를 근거로 김상곤 후보자에게 사회주의자임을 솔직히 인정하라고 호통쳤다. 같은달 30일 목소리 크기로 유명한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2009년 경기도교육감에 당선된 뒤 최우선 과제로 추진했던 ‘혁신학교’와 관련해 “혁신학교가 베네수엘라 차베스, 쿠바의 교육모델을 참고해서 만들어진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앞서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주간은 “[김순덕 칼럼] ‘교육대통령 김상곤’ 표절은 약과다”는 제목의 6월19일자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표절 문제에 매달리는 건 시간이 아깝다. 차라리 그가 만든 교육공약을 들여다보면서 뒤바뀔 세상에 대해 준비하는 게 낫다. (…) 외고, 자사고 같은 교육 수요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없애고 혁신학교로 단일화하는 건 교육독재다. 대학 서열 완화를 위해 국공립대 공동운영-네트워크 구축과 사립대 공영형 전환을 한다는 것도 혁명적이다. 민주당 공약집에 ‘공영형 사립대 전환 및 육성’ 달랑 한 줄이지만 비리사학에 공익이사를 보내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으로 바꾸자는 논문을 강(강남훈/옮긴이) 교수가 2011년에 발표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에서 죽은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도입한 ‘자치대학’ 정책과 흡사하다는 사실은 더 충격적이다. 왜 하필 극심한 정치·경제 위기에 처해 있는 베네수엘라냐고? 2009년도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나가기 전 김상곤 한신대 교수는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노동대학’ 총장이었다. 2007년 강 교수와 함께 베네수엘라를 방문해 민중학교 활동가들을 만나는 등 연구를 했고, 그해 이 나라가 언급된 ‘사회주의’ 이행(연대사회 건설) 12대 강령 시안 발표회에서 사회를 맡은 전력이 있다. 그런데도 베네수엘라가 선거로 집권을 하고 개헌으로 사회주의 변혁에 성공했다며 모델로 삼는다면 나라가 뒤집힐 일이다.”

이들의 사고 속에서는 사회주의는 악이며,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부는 사회주의를 추진하고 있으므로 악의 축이다. 그러므로 그에 대해 가르치거나 그들의 정책을 참고하는 것은 악과 동조하는 것이다. 이런 구도로 꿰맞추기 위해 이들은 사실 왜곡을 서슴지 않는다. 김상곤 후보자는 사이버노동대학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베네수엘라에 간 적이 없다. 연대사회 건설 12대 강령 시안 11항(“사회적 개인의 전면적 발달을 돕는 교육혁명”)과 관련해 베네수엘라를 특별하게 참고하거나 언급한 바도 없다.

베네수엘라는 지금 심각한 정치위기를 맞고 있고, 이 위기가 어떤 방향으로 해결되느냐에 이 나라의 미래가 걸려 있다. 이런 큰 사태를 옳게 파악하려면 나무가 아니라 숲을 봐야 한다. 이 나라에서 지금 반정부 시위를 하는 세력은 노동자·청년·여성·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아니라 특권과 기득권을 누려온 세력이다. 또 그들 편에 동원된 군중이다.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태극기부대다. 그 부대 안에서 전문적 폭력집단이 살인폭력을 자행하고 있다. 이 지점에 대해 진실을 알고자 하면 친제국주의·친자본주의 미국계 언론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그 대척점인 친사회주의·친베네수엘라·친볼리바리안 혁명 입장에 서 있는 텔레수르(telesur) 같은 언론도 봐야 한다. 미국이 지배하는 미주기구(OAS) 산하 사이비인권단체 미주인권위원회(IACHR)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어서도 안 된다. 진보적 민주정부를 의회 쿠데타로 몰아내고 들어선 부패한 브라질 우익 정부의 주장을 중남미 민중의 생각으로 믿어서도 안 된다. 특히 미 국무부나 백악관의 주장을 진리와 정의로 생각하는 것은 완전한 착각이다. 트럼프를 보라!

베네수엘라 폭력시위대는, 우리 촛불시위와 정반대로, 태극기부대와 같이 파쇼통치로 기득권 질서를 되찾으려는 악의 세력이다. 그 뒤에 미국이 개입·조종하고 있다. 트럼프는 오바마가 쿠바와 체결한 국교정상화 협상을 취소하면서 “쿠바든 베네수엘라든 우리 반구(半球)에 자유(국가)를 갖는 것이 미국에도 최선임을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의 그 거짓 자유 말이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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