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종시의회가 방과후학교 운영 관련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방과후학교 강사 보호의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됐다. 올해 초 경기도의회가 ‘방과후학교 운영조례’를 제정했다가 도교육청 재의 요구로 벽에 부딪힌 때와는 분위가 사뭇 다르다. 논란이 될 만한 요소를 줄이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세종시의회는 지난달 27일 본회의에서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방과후학교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은 방과후학교에 대한 교육감·학교장의 책임 강화, 기본계획 수립, 수업환경 조성, 강사에 대한 부당한 대우 금지, 방과후학교 지원센터 설립 및 운영에 대한 사항이다. 방과후학교가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세종시교육청이 반대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2일 서비스연맹 방과후강사노조에 따르면 세종시교육청은 시의회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조례 제정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례 시행 과정에서 마지막 장벽이 사라진 셈이다.

◇조례 통과 위해 논란요소 줄인 세종시=세종시에서 조례가 큰 마찰 없이 통과될 수 있었던 것은 세종시가 교육청과 학교장이 반발할 수 있는 요소를 줄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기도의 경우 김미리 더불어민주당 도의원이 방과후학교 운영조례에 외부강사 ‘채용’이라는 표현을 담으면서 경기도교육청의 반발을 샀다. 도교육청은 근로자성을 강조한 이 표현으로 자칫 외부강사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할 수도 있다며 ‘위탁계약’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맞섰다. 도의회는 '채용' 대신 '계약'으로 표현을 바꿔 최종 의결했지만, 도교육청은 ‘위탁계약’으로 표현해야 한다며 지난 3월 재의를 요구했다.

세종시 박영송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은 조례를 발의하면서 외부강사 ‘채용’이라는 표현을 넣지 않았다. 다만 방과후학교 강사 ‘자원관리’ 또는 ‘선정’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경기도 조례상 "교육감이 방과후학교 운영 지원에 노력해야 한다"는 표현은 "운영을 지원할 수 있다"는 문구로 바꿨다.

김용연 노조 사무국장은 “계약기간이나 민간위탁 문제까지 조례에 담으면 조례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수위를 조절했다”고 설명했다. 첫 조례를 통과시키는 데 의의를 뒀다는 뜻이다. 하지만 노조는 다른 지자체에서 조례를 발의할 때에는 민간위탁 규제를 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년 동안 법·조례 없이 운영=방과후학교는 김영삼 정부가 1996년 ‘방과 후 교육활동 활성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2006년 노무현 정부는 보충수업·특기적성교육·방과후 보육프로그램을 ‘방과후학교’로 통합했다. 이명박 정부는 방과후학교 민간위탁을 허용했다.

노조에 따르면 초등학교의 90% 정도가 방과후학교를 개설하고 있고, 초등학생의 85%가 방과후 수업을 듣고 있다. 방과후학교가 20년 넘게 운영되는 동안 방과후학교 근거 규정을 담은 법안과 조례는 마련되지 않았다. 전국 시·도 교육청과 한국교육개발원이 '방과후학교 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번 조례 제정이 의미 있는 이유다.

◇조례, 다른 지자체로 확산될까=노조는 세종시 조례 제정이 다른 지자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선규 서비스연맹 부위원장은 “광주시교육청에도 방과후학교 운영조례 제정을 요구했는데, 관련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이번 조례 제정이 다른 시·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한 지자체의 조례 제정이 다른 지자체 조례 제정으로 이어진 선례가 있다"며 "2012년 광주에서 처음 ‘교육감이 학교비정규직을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례가 발의된 뒤 모든 지자체가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종시 조례 제정이 하나의 사례가 돼서 진보교육감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다른 지자체에서 조례가 제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회는 방과후학교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다. 현재 박홍근·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서비스연맹은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법안 발의를 논의하고 있다. 해당 법안에는 방과후강사의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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