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기사보기 다음 기사보기 2024-03-30 디지털 노마드 바로가기 복사하기 본문 글씨 줄이기 본문 글씨 키우기 스크롤 이동 상태바 포토뉴스 디지털 노마드 기자명 정기훈 입력 2017.06.30 08:00 댓글 0 다른 공유 찾기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페이스북(으)로 기사보내기 트위터(으)로 기사보내기 카카오스토리(으)로 기사보내기 URL복사(으)로 기사보내기 닫기 펜과 수첩 따위가 한때 저들의 연장이었으나 이제 랩톱 컴퓨터가 대신한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무선 인터넷망은 편리했지만, 저들의 꿀맛 같은 휴식을 앗아 가곤 했다. 든든했던 온갖 핑곗거리는 더는 통하지 않았다. 멍 때리기는 사치스러웠다. 벤치에 앉아 한가로이 종이책을 읽는 건 미래의 상이었다. 기자회견의 주요 발언을 받아 치는 틈틈이 다음 일정을 확인하고 선배의 독촉 메시지에 즉각 답해야 했다. 타닥탁탁 모닥불 타는 소리 따라 손가락이 바빴다. 절절 끓는 아스팔트 위에서 뜨거워진 노트북 펼쳐 놓고 열정을 사른다. 주저앉으면 거기가 일터다. 유목민의 삶을 닮았다고 해서 디지털 노마드라고 부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한 노동 행태 중 하나란다. 애초 삶의 질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었으니, 속보 마감 독촉에 시달리는 저들은 디지털, 노땡큐라고 부를 법하다. 많은 것이 변했고 또 변하지 않았다. 이메일함에 담긴 보도자료엔 주장과 맥락과 근거가 충분히 담겼지만, 그 말투와 표정과 함성과 눈물 따위는 거기 없어 기자들은 컴퓨터 품고 현장엘 간다. 사연 많은 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오늘 또 현수막이며 팻말 따위 ‘연장’을 챙겨 들고 땡볕 아래 선다. 세종대로와 국회대로 곳곳에 천막 치고 산다. 오랜 방식이다. 최신의 디지털 엘이디 조명을 갖고도 사람들은 종종 촛불을 켠다. 장밋빛 디지털 세상의 가시 돋친 풍경이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 공유 이메일 기사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닫기 기사 댓글 0 댓글 접기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댓글 내용입력 비회원 로그인 이름 비밀번호 댓글 내용입력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회원 로그인 비회원 글쓰기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로그인 옵션 창닫기
펜과 수첩 따위가 한때 저들의 연장이었으나 이제 랩톱 컴퓨터가 대신한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무선 인터넷망은 편리했지만, 저들의 꿀맛 같은 휴식을 앗아 가곤 했다. 든든했던 온갖 핑곗거리는 더는 통하지 않았다. 멍 때리기는 사치스러웠다. 벤치에 앉아 한가로이 종이책을 읽는 건 미래의 상이었다. 기자회견의 주요 발언을 받아 치는 틈틈이 다음 일정을 확인하고 선배의 독촉 메시지에 즉각 답해야 했다. 타닥탁탁 모닥불 타는 소리 따라 손가락이 바빴다. 절절 끓는 아스팔트 위에서 뜨거워진 노트북 펼쳐 놓고 열정을 사른다. 주저앉으면 거기가 일터다. 유목민의 삶을 닮았다고 해서 디지털 노마드라고 부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한 노동 행태 중 하나란다. 애초 삶의 질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었으니, 속보 마감 독촉에 시달리는 저들은 디지털, 노땡큐라고 부를 법하다. 많은 것이 변했고 또 변하지 않았다. 이메일함에 담긴 보도자료엔 주장과 맥락과 근거가 충분히 담겼지만, 그 말투와 표정과 함성과 눈물 따위는 거기 없어 기자들은 컴퓨터 품고 현장엘 간다. 사연 많은 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오늘 또 현수막이며 팻말 따위 ‘연장’을 챙겨 들고 땡볕 아래 선다. 세종대로와 국회대로 곳곳에 천막 치고 산다. 오랜 방식이다. 최신의 디지털 엘이디 조명을 갖고도 사람들은 종종 촛불을 켠다. 장밋빛 디지털 세상의 가시 돋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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