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사회적 대화는 ‘사회+적(的)+대화’로 이뤄져 있습니다. 접미사 적(的)은 이오덕씨에 의하면 일본 사람들이 영어 접미사 '-tic'을 '데키'라고 번역한 걸 우리가 받아들인 일본식 문투로, 될 수 있는 대로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적(的)을 함부로 쓰면 한국어다움을 잃어버린다는 것이지요. 뜻은 ‘~의’ 혹은 ‘~스러운’ 정도로 보면 되는데, 쓰임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나타납니다. 결국 사회적 대화의 문맥적 의미는 "다양한 공동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조직화된 집단이나 세계와 관계된 대화"라 할 수 있겠습니다. 다루는 주제나 내용에 따라 참가 대상도 다를 수 있겠지요.

표현과 상관없이 그 사회가 추구하는 공동선을 이루고 집단 사이의 이해와 갈등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집단 사이의 대화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여러 집단이 함께 모여 대화로 해결하는 것은 성숙한 민주주의의 한 방식으로 선진사회에서 널리 통용되는 방식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민주노총이 문재인 정부 일자리위원회나 최저임금위원회에 참가해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모으는 것은 합당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사회적 대화와 관련해 쓰라린 추억을 갖고 있습니다. 한때 민주노총에서 이러한 사회적 대화가 크게 쟁점이 됐던 때가 있었지요. 저는 2003년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고, 상대편은 절대 반대였습니다. 사회적 대화 참여가 최대 쟁점이었던 선거에서 제가 당선됐기에, 저는 당연히 그것을 사업화해 추진해야 할 책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의원대회를 열어 사업을 논의하려 했으나, 상대편의 집요한 방해로 뜻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온갖 방법으로 대의원대회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심지어는 감당할 수 없는 폭력까지 등장하면서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당시 사회적 대화를 반대하는 동지들이 그렇게까지 심하게 행동하는 걸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스스로 만든 회의규정 등 민주적 절차를 위배하면서까지 막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당시에는 정말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것은 집행부에 대한 불신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의 부덕함이었지요. 선거공약을 통해 조합원의 선택을 받았고 내용이나 절차에 문제가 없으니 밀어붙여도 된다는 오만함이 저에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반대하는 동지들의 마음을 사지 못했던 거지요. 따로 만나 막걸리 잔이라도 기울이며, 깊은 얘기 한마디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게 사실이니까요. 그렇게 가까운 동지들과도 제대로 대화다운 대화 한 번 못 나누면서, 무슨 사회적 대화랍시고 근본적으로 계급과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대화를 하려고 했나 생각하면 저의 부족함이나 경솔함을 반성하게 됩니다. 다만 그때 우리가 하나로 단결해 마음을 모아 대화에 임했더라면, 어떤 사회적 대화라도 성공할 수 있었다고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단결된 조합원 80여만명이 뒤에 버티고 있었으니까요.

모처럼 마음을 모아 정부 일자리위원회에 참여해 사회적 대화를 통한 투쟁을 선택한 민주노총 지도부 동지들께 믿음과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동지들은 이제 중앙정부기구(내셔널센터)로서 가장 큰 교섭자리에 당당히 앉았습니다.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를 대표하는 위치입니다. 당당하게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못난 선배지만 몇 가지 당부를 드립니다. 첫째는 서두르지 말라는 것입니다. 먼저 해결해야 할 것에 대해서는 강력히 요구하되, 작은 일에 목숨 걸어서는 안 됩니다. 먼저 자리를 박차서는 안 됩니다. 끈질기게 내용으로 승부하고 노동자 이익이 국민 전체의 이익임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둘째는 전체 조합원과 함께 싸우길 바랍니다. 논의되는 내용은 가장 빠르게 전체 조합원과 소통해야 합니다. 그렇게 형성된 여론이 실제 대화를 끌어가게 하고, 필요하면 투쟁지도부를 구성해 가장 적극적으로 함께하며, 사안에 따라 필요한 결정과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는 파업 준비입니다. 총연맹이 중앙정부 등과 교섭을 벌이다 결렬됐을 때 하는 것이 총파업입니다.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교섭(사회적 대화)을 하다가 정말 결정적인 중요한 내용을 관철시키기 위해, 총연맹 전체 조합원이 합의하고 준비한 총파업을 국민의 손뼉 속에 벌이는, 그런 멋진 노동자의 아름다운 투쟁을 꼭 한 번 보고 싶습니다.

전태일재단 이사장 (president11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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