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가 개인형퇴직연금(IRP) 확대 시행을 앞두고 시중은행들의 과당경쟁 움직임에 대응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금융당국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현장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27일 노조에 따르면 우리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KEB하나은행 등이 은행별로 수백만개의 IRP 신규계좌 개설을 목표로 세웠다. 올해 4월 고용노동부 소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다음달 26일부터 IRP 가입 대상을 자영업자와 단시간 노동자, 공무원을 비롯한 직역연금 적용자 등 사실상 모든 노동자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시행을 앞두고 우리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은 올해 5~6월부터 IRP 계좌 유치를 위한 사전예약제를 실시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다음달부터 예약을 받는다. 시중은행이 상품 판매를 앞두고 사전예약을 받은 경우는 이례적이다. 그만큼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다.

실제 일부 은행의 경우 IRP 판매 실적을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하고, 직원별로 판매 계좌수를 할당한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최근 사전예약을 받은 상품은 지난해 금융위원회 정책이 반영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다. 노조는 IRP 계좌와 관련한 과당경쟁이 방치될 경우 제2의 ISA 사태가 불거질 것으로 우려한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과당경쟁 탓에 ISA의 75%가 가입금액 1만원 미만의 깡통계좌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전예약제로 유치전이 치열할수록 불완전 판매를 부추겨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노조는 “지난달 금융감독원의 발표를 보면 IRP의 연간 수익률은 1.09%로 은행의 정기예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퇴직연금도 원리금을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소비자가 아직도 많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최근 금융위를 방문해 IRP 과당경쟁 방지를 위해 △금융기관장 회의 소집 통한 경고·지침 시달 △불법행위 신고센터 설치 △특별대책팀 구성을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금융위가 은행 담당자를 불러 주의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상황”이라며 “금감원·노동부 등 유관기관은 상품 판매 후 문제가 생길 경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만 밝힌 상태라 IRP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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