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철근콘크리트 전문업체들과 임금·단체교섭을 한 한국노총 산하 건설 관련 조직인 연합노련 건설분과위원회(의장 서일억)와 전국건설산업노조(위원장 진병준) 간 갈등이 폭발했다.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 6층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연합노련 건설분과위원회와 서울경인지역철콘협의회의 '건설현장 노사상생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협약식'이 전국건설산업노조 조합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소화기가 터지고,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한국노총 6층 엘리베이터 앞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협약식은 지난 23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한전문건설협회에서 연맹 건설분과위와 서울경인지역철콘협의회가 합의한 '2017년 임금·단체협약'의 후속조치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양측은 임금 18만5천원(형틀기능공 기준), 현장별 유급근로시간면제 월 3일 제공을 내용으로 하는 임금·단체협약에 합의했다. 임금 18만5천원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다.

연맹은 "임단협 체결을 계기로 건설현장 노사상생 및 일자리 창출 등 모범적인 노사관계를 정착하기 위해 협약서를 체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협약서에는 △건설현장 노동관계법 준수 및 건설노동자 건강권 보호 △청년고용 창출 확대를 위한 좋은 일자리 만들기 △건설현장 취약계층에 대한 차별 철폐 같은 내용이 담겼다.

결론적으로 협약식은 열리지 못했다. 이날 정오부터 건설산업노조 조합원 50여명이 협약식 장소인 대회의실을 점거했다. 노조는 "두 단체의 협약식은 어용선언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육길수 노조 사무처장은 "연합노련이 건설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저하시키는 임금협약을 맺어 놓고 사측과 상생협약식까지 하는 건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연맹과 협의회가 올해 임금을 동결하는 합의를 한 것을 두고 하향된 근로조건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노조는 23일 같은 장소에서 연맹보다 1시간30분 앞서 서울경인지역철콘협의회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임금협약은 맺지 않고 현장·지역별로 논의하기로 했다. 노조는 연맹의 임금동결 합의가 추후 임금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맹 관계자는 "황당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18만5천원'으로 합의한 건 업계 평균에 맞춘 것일 뿐, 근로조건 저하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심지어 저쪽(건설산업노조)은 교섭에서 사측에 '우리는 바라는 게 없고, 사측 요구안은 다 수용하겠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 우리더러 어용이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연맹은 한국노총회관 9층인 연맹 사무실로 장소를 옮겨 협약식을 하려고 했지만 업체 관계자들이 "눈치 보면서까지 협약을 맺는 건 의미가 없다"며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천병조 서울경인지역철콘협의회 회장은 "64개 업체들이 모였는데 최소한의 모양새는 갖춰야 하지 않겠냐"며 "내부적으로 조율부터 하시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천 회장은 건설산업노조에도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사가 상생하겠다고 만든 자리를 방해하는 게 맞느냐"며 "업체들은 할 만큼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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