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30일 총파업을 한다. 서울로 모여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1만원, 노조할 권리보장”을 요구하는 민주노총의 사회적 총파업에 함께한다.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은 2012년 11월9일 첫 전국 총파업을 한 이후 저임금과 차별적 임금체계 개선, 고용불안 문제 해결과 민주적이고 평등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매년 파업을 했다. 파업은 헌법상 보장된 노동자 권리라지만 파업 참가로 임금도 못 받고, 각종 직·간접적 불이익을 받는 노동자 처지에서 파업 참가 결정은 쉬운 것이 아니다.

특히 하나의 사업장에 모여 있지 않고 전국 1만2천개의 학교(유치원 포함하면 2만여개)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을 파업이라는 단체행동으로 조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포했지만, 정부가 말하는 정규직화는 ‘단순한 무기계약직화’일 뿐이고 정규직화 또는 처우개선 대상에서 무기계약직은 제외될 수 있다는 등 비정규직 정책을 둘러싼 여러 설이 난무하고 있다. 노동존중 사회를 약속했지만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은 지금껏 교섭에서 기다려 달라고만 할 뿐 노조 요구안의 대부분을 거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역대 최대 규모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에서 더 이상 비정규직 고용형태가 계속돼서는 안 된다는 당사자들의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학교는 '비정규직 백화점'으로 불린다. 학교비정규직은 전국 38만명으로 전체 교직원의 41%나 된다. 공공부문 중에서 가장 많은 비정규직이 일하는 곳이 바로 학교다. 노동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1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자로 만들려는 1일 2.5시간 근로계약과 파견·외주·용역·하청 등 간접고용, 11개월 쪼개기 근로계약은 물론 ‘1년 365일 학교를 지키는 학교노예’ 같은 신세인 휴일·야간 당직근무 전담 노동자, 특수고용계약까지 비정규직 형태가 다양하다. 그동안 정부와 교육청은 각종 편법과 꼼수를 동원해 학교현장에 다양한 형태의 ‘영원한 단기계약직 노동자’를 양산해 왔다. 전일제 8시간 근무형태로 9년간 계속 일한 초등 스포츠강사 2천여명, 8년간 계속 일해 온 영어회화 전문강사 3천500여명 등 비정규직 강사직종들은 매학년 말, 매학기 말이면 해고될까 봐 불안해한다. 지금 학교에는 무기계약 전환대상에서도 제외되는 25만명의 기간제·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 실태를 살펴보면 무기계약직은 상대적으로 고용만 안정된 ‘무기한 비정규직 신세’임을 분명히 보여 준다. 학교에는 11만6천여명(2016년 4월 기준)의 무기계약직이 있지만,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을 약속했지만, 학교 무기계약직 노동자의 2017년 기본급은 시급 6천360원으로 최저임금 6천470원에도 미달한다.

정부와 교육청이 2017년 임금교섭에서 제시한 기본급 3.5% 인상안에 따르면 시급은 6천580원에 불과해 최저임금보다 겨우 110원 높을 뿐이다. 급식비·명절휴가비·상여금, 그리고 맞춤형복지비 등 각종 수당과 복리후생도 차별적이다. 1년을 일하나 10~20년을 일하나 똑같은 기본급을 받는다. 근속에 따른 임금인상은 정규직의 20%도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노동을 하는 정규직과 비교할 때 임금 수준이 평균 60%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영양사의 식단과 정규직 영양교사의 식단이 다르지 않고, 비정규직 조리(실무)사와 정규직 공무원 조리사의 급식조리가 다르지 않지만 차별적 임금체계 때문에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임금격차가 확대된다.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총파업의 핵심 요구로 근속수당 5만원 신설을 요구하는 배경이다.

교육현장 노동자들이 불안하면 교육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교육공동체가 차별적이면 교육도 차별적일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부터 비정규직의 고용불안과 저임금, 그리고 차별을 보고 느낀 학생들이 청년이 돼서 ‘교사·공무원, 대기업과 공기업의 정규직’이 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하는 ‘N포세대'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약육강식·적자생존 등 정글의 법칙과 무한경쟁 원리가 작동하는 헬조선을 바꾸려면 먼저 교육현장과 공공부문 노동현실을 바꿔야 한다.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30일 총파업 당일 새벽차를 타고 전국에서 서울로 모여 “학교에서 세상으로 비정규직 철폐하라”고 외치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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