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종합지원센터
올해로 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됐다. 국민 세금과 노인장기요양보험료로 운영되는 공적 제도지만 대부분 서비스가 민간시장을 거쳐 제공된다. 전문가들과 요양보호사들은 “실패한 제도”라고 입을 모았다.

“불안정한 일자리, 저임금으로 요양보호사들 떠나”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전면개혁 토론회’에서 이 같은 비판이 쏟아졌다. 이건복 좋은돌봄실천단 대표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시장화된 과도한 경쟁구조 속에서 요양보호사들의 희생으로 근근이 버텨 왔다”며 “불안정한 일자리와 적은 임금으로 현장을 떠나는 요양보호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 30여만명의 86%가 재가요양보호사다. 재가요양보호사는 이용자가 없어지면 바로 실업자가 된다. 기관에서 근무시간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다음 이용자가 생길 때까지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 급여수준도 매우 낮다. 실천단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시설요양보호사는 월 평균 115만원, 재가요양보호사는 월 평균 64만원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건복 대표는 “시설요양보호사는 긴 시간 일하면서도 낮은 임금을 받고 재가요양보호사는 시간제로 일하며 낮은 임금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한 기관에서 5년 이상 일한 요양보호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장기요양위원회가 작성한 ‘장기요양기관 돌봄종사자 퇴사 현황’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1년 미만 퇴직 비율이 71~76%나 됐다. 1~2년 구간은 12~17%, 2~3년 구간은 4~6%였다. 이 대표는 “한 기관에서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아 여러 기관에서 일하기 때문에 각 기관에서 일하는 총량은 많지만 한 기관에서 근무연수 1년을 채우기 어렵다”며 “퇴직금도 없다”고 말했다.

“사회서비스공단이 재가서비스 인력 직접고용해야”

정부는 제도 도입 당시 장기요양서비스를 민간제공기관에 맡겨 기관 간 서비스 질 경쟁을 통해 보다 나은 서비스를 이용자에게 보장하겠다는 정책을 수립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공급기관이 무한경쟁을 했고, 장기요양인력의 불안정 노동은 갈수록 확산됐다.

난립한 민간기관을 규제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려면 진입단계 규제를 강화하고 운영단계에서 인증체계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나온 이유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장기요양정책의 초점을 자유로운 진입과 이용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두지 말고 안전하고 보증할 만한 서비스 제공기관들만 진입이 가능하도록 진입규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며 “이용자들이 어떤 기관을 선택하든 안전하고 보증할 만한 기관들 중에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적으로 제공기관을 걸러내서 안전하고 보증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다. 석 교수는 대안으로 △좋은 서비스 △좋은 일자리 △지속가능성 보장을 목표로 공공 공급지 비중을 기관수 기준으로 30%까지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사회서비스공단에서 재가서비스 인력의 40% 정도를 직접 고용해 관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상희·남인순·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소하 정의당 의원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 공동대책위원회·요양노동네트워크·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종합지원센터가 공동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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