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찾아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을 만났다.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2017년 말까지 인천공항공사 산하 간접고용 노동자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인천공항 노동자 정규직 전환이 새 정부 성공과 실패를 가를 시금석이 됐다.
최근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문제에 갑자기 끼어든 주인공이 있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이다. 제2터미널은 현재 운영 중인 제1터미널과 탑승동이 곧 포화상태가 될 것을 예상해 2009년부터 건설하기 시작했다. 2017년 연말 개항을 목표로 5조원의 공사비가 투입됐다. 현재 인천공항공사 산하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가 7천여명이고, 제2터미널 개항으로 추가 고용될 인원이 3천여명이다. 정일영 사장이 2017년 연말까지 ‘1만명 정규직화’를 선언한 것은 제2터미널에서 고용될 노동자들을 포함한 말이다.
지난주 일부 언론은 제2터미널 개항이 당초 예상됐던 2017년 연말이 아니라 더 늦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그 요인 중 하나로 ‘정규직 전환사업’을 지목했다. 제2터미널 개항보다 정규직 전환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거나, 정규직 전환에 발목이 잡혀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마치 정규직 전환이 제2터미널 개항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듯한 표현이다. 물론 이 기사들은 제2터미널 개항과 정규직 전환 문제 사이의 상관관계를 객관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예정대로 2017년 연말 개항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우리는 인천공항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과 제2터미널 개항 문제를 연결시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우선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정규직 전환 추진을 확인되지 않은 이유를 들어 흔드는 것은 ‘좋은 일자리’라는 시대적 과제를 외면하는 것이다.
또 제2터미널에서 일하게 될 노동자들이 어떤 일자리에서 일하게 되는지는 제2터미널 운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규직 전환으로 책임감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제2터미널이 운영되는 것은 모든 국민이 바라는 바다. 제2터미널 개항 때문에 정규직 전환을 문제 삼는 것은 인천공항 운영에 커다란 장애물이던 간접고용 적폐를 제2터미널에서도 방치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첫 약속도 좋은 일자리였다. 추경예산 첫 과제도 좋은 일자리다. 여당 대표가 울먹이며 야당을 비판한 내용도 일자리 문제다.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대기업은 잘나가는데 국민 삶은 팍팍하다"고 했다. 국민, 즉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에서 좋은 삶을 향유하지 못한다면 건물 짓고, 땅 파는 것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17년간 인천공항은 세계 최고 공항이었다. 그럼에도 지금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대상으로 지목된 이유는 무엇인가. 세계적으로 잘나가는 공항 이면에 차별과 불안에 신음하는 노동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그간의 노고를 인정하고 제대로 대우하라는 것이다.
제2터미널 문제와 정규직 전환 문제를 연결시키는 것이 나중에 다른 식으로 변질될까 우려된다. 제2터미널 개항을 위해 노동자들의 양보를 강요하는 시나리오 말이다. 국가 발전에 국민을 희생양 삼는 것이 결국 국가 발전도 아닌 그저 소수의 기득권 유지였음을 이제 모두가 안다. 한 유명한 영화의 대사처럼 ‘비겁한 변명’에 지나지 않음을 모두가 안다. 인천공항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낡은 방식으로 흔들지 말라.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과 제2터미널
신철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기획국장
- 기자명 신철
- 입력 2017.06.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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