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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마트노동자 최저임금 1만원 농성장] “120만원 받아 혼자 먹고사는데 앞일 생각하면 깜깜하죠”
   
▲ 최나영 기자
“우리가 왜 여 와 있는데예. 여자들이 이 땡볕에 치질도 없는데 찌(지)지면서 앉아 가지고. 누구는 손가락만 까딱하면 돈을 쓰고 하는데 우리는 그 1만원을 받을라고 몇 년을 이렇게 살고 있네예.”

부산 홈플러스노조 조합원 김아무개씨가 마이크를 잡고 사투리 섞어 가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시간째 뙤약볕에 달궈진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뜨거운 숨을 내쉬던 마트노동자들이 손뼉을 치며 호응했다. 지난 23일 정오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사 앞 ‘최저임금 1만원 촉구 필리버스터’ 풍경이다. 조합원들이 앉은 자리에는 그늘 한 점 없었다.

이날은 마트산업노조준비위원회가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며 국회 앞 노숙농성을 선포한 지 5일째 되는 날이다. 부산·경기지역 홈플러스노조 조합원을 중심으로 30여명이 농성에 함께했다. 서울의 낮 기온은 34.1도. 올 들어 가장 더운 날이었다. 노동자들은 지역별로 1박2일씩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지금은 혼자 견디지만 10~20년 뒤를 생각하면…”

“마트에서 일하면 햇볕을 볼 일이 별로 없거든요. 그래서 더 더운 것 같아요.”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땡볕집회’를 마치고 얼굴이 땀범벅이 된 정아무개(34)씨가 입을 열었다.

부산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정씨는 미혼 남성이다. 세제를 박스째 나르고 하나하나 진열하는 일이 그의 주요 업무다. 처음부터 마트를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취업준비를 하면서 돈을 벌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일을 시작하면서 지역에서 마땅한 일자리를 얻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씨는 취업준비를 하는 대신 마트를 평생직장으로 삼았다. 최저임금 인상은 그에게 매우 중요한 목표가 됐다.

정씨는 “하루 7시간, 주 5일을 일해서 110만원, 야간근무·교통보조비까지 포함하면 120만원 정도를 받는다”며 “아직은 혼자여서 그럭저럭 살겠지만 10~20년 뒤를 생각하면 깜깜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키우게 되면 최저임금 1만원은 받아야 생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씨는 몇 개월을 더 일해야 하루 8시간 근무조로 전환돼 기본급 137만원을 받을 수 있다.

“아이를 혼자 키우는데 137만원으로는 택(턱)도 없죠.” 자유한국당 규탄집회를 마치고 천막에 돌아온 김아무개(42)씨는 목에 작은 선풍기를 걸고 있었다. 그는 돈을 더 받으려고 주로 야간조 근무를 한다고 했다. 야간조는 교통보조비가 따로 나오기 때문이다. 교통보조비를 받고 심야버스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돈을 아낀다. 김씨는 “집세 30만원에 수도·전기·휴대전화 요금 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며 “신용카드를 당겨 쓰고 갚아 나가는 식으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가 간호과를 가고 싶어 한다”며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아이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싶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빅3 카르텔로 최저임금 못 벗어나”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올해부터 시급이 아닌 월급을 받는다. 세전 월급은 137만9천원. 시간당 6천600원을 받는 셈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6천470원이다. 세금을 떼고 난 실수령액은 125만원 정도다. 입사 뒤 첫 3개월 동안은 시간당 6천500원 수준의 급여를 받는데, 3개월이 지난 뒤부터는 급여변동이 없다. 1년을 일하나 10년을 일하나 급여는 같다.

홈플러스노조는 2013년 3월 설립한 이후 회사와 매년 임금교섭을 했다. 지난해에는 기본급 150만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매년 최저임금보다 100~200원 많은 수준에서 임금이 확정됐다. 대형마트 빅3에 속하는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비슷한 상황이다.

최대영 홈플러스노조 부위원장은 “대형마트가 체인스토어협회라는 카르텔을 형성하고, 업계 수준이라는 핑계로 임금을 올리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부위원장은 “대부분 비정규직과 마찬가지로 마트노동자도 교섭으로 임금을 올리기가 매우 힘들다”며 “법정 최저임금이 올라야만 임금이 올라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날 농성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다음날 오전 11시까지 천막에 머물렀다. 26일부터는 인천지역 마트노동자들이 농성을 이어받는다. 마트노조준비위는 내년에 적용하는 최저임금이 결정될 때까지 농성을 계속할 방침이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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