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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오토텍 문이 열린 날

굳게 닫힌 문이 열린 지난 21일, 이재헌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장은 출근하는 조합원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출근하는 조합원들에게 “수고하셨습니다”라며 인사를 했다. 조합원은 이 지회장에게 “고생했습니다”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갑을오토텍이 직장폐쇄를 강행한 지 331일 만에 맞는 화기애애한 모습이다.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이 지회장은 팔에 검은 완장을 맸다. 지난 4월 직장폐쇄 장기화에 항의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종중 조합원의 장례절차가 남아있어서다. 맏상주를 자임한 이 지회장은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고 장례의 예를 다하려 한다. 직장폐쇄 해제 후 지회의 첫 번째 숙제다. 게다가 갑을오토텍지회는 회사측과 직장폐쇄로 중단한 임금ㆍ단체협약 갱신협상을 마무리 해야 한다.

갑을오토텍 사태의 출발은 2014년 12월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당시 회사측은 제2 노조를 만들 목적으로 경찰 출신 12명, 특전사 출신 19명이 포함된 신입사원 60명을 채용했다. 갑을오토텍은 이들에게 급여 외에도 제2 노조 가입 활동비를 추가로 지급했다. 회사측 시나리오에 따라 신입사원들은 2015년 제2 노조(갑을오토텍노조)를 결성했고, 기존 노조(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조합원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경비업무 외주화, 기존 노조 파업유도, 직장폐쇄, 제2 노조 설립이라는 순서대로 매뉴얼을 정한 뒤 수순을 밟았다. 사용자측이 만든 노조파괴 시나리오는 특전사 출신 신입사원들의 유혈사태로 말미암아 제동이 걸렸다. 갑을오토텍은 특전사 출신 신입사원의 전출을 약속하면서 사태를 마무리하려 했다. 하지만 회사측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되레 회사측은 2016년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철야농성을 벌인 기존 노조에 맞서 또다시 직장폐쇄를 강행했다. 이런 가운데 공격적 직장폐쇄를 했던 박효상 전 갑을오토택 대표는 지난해 7월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법정구속됐다.

갑을오토텍은 문제해결의 첫 단추만 꿰었다.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사용자측이 벌인 막장드라마는 갑을오토텍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불거진 노조파괴 사건들은 거의 유사하다. 유성기업·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옛 발레오만도) 등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지회에서 벌어진 사건은 갑을오토텍과 판박이다. 파업유도와 공격적 직장폐쇄, 제2 노조 설립을 통한 기존 노조 무력화라는 공식이 적용됐다. 같은 노무컨실팅 회사가 작성한 시나리오에 따라 회사측이 치밀하게 추진했다. 19ㆍ20대 국회는 회사측과 노무컨설팅법인이 노조파괴를 공모한 정황과 증거를 폭로했다. 막장드라마의 주인공이었던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과 강기봉 발레오만도 대표이사는 올해 들어 잇따라 법정구속이 되거나 실형을 선고받았다.

조합원들이 받은 상처와 그 후유증은 그대로다. 세 사업장의 막장드라마는 중단됐더라도 노조를 혐오하고 무력화하려는 우리 사회의 풍토는 바뀌지 않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컨설팅업계는 노조 무력화와 관련된 자문으로 때 아닌 호황을 맞았다. 정부ㆍ경찰ㆍ검찰의 봐주기ㆍ늑장 수사도 사용자측의 노조 무력화 분위기에 편승했다. 검찰은 특히 사용자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불기소처분으로 일관했다. 노조와 변호인단이 법원에 재정신청을 거듭함에 따라 사건 심리가 진행될 수 있었다. 유성기업과 발레오만도 대표가 법원에서 철퇴를 맞은 것은 전적으로 피해 당사자인 노조와 변호인단의 노력이었다. 유성기업의 경우 원청사인 현대자동차의 개입 여부가 제기됐음에도 검찰은 같은 태도다. 불기소 처분으로 일관했다. 현대차는 노조파괴 사건에 연루됐음에도 여전히 성역으로 남았다.

이처럼 노조파괴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시절 팽배했던 노조탄압 분위기는 아직도 여전하다. 언제든 노조파괴 시나리오는 다시 쓰여지고, 막장드라마는 재연될 수 있다. 노동을 존중한다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지만 지난 9년간의 분위기를 한꺼번에 일소할 수는 없다. 때문에 지난 9년간의 노조파괴 사태를 복기하고, 백서로 남겨야 한다. 필요하다면 새 정부는 공적인 영역에서 조사단을 구성해 노조파괴 사건을 재조사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지난 정권 시절 정부ㆍ검찰의 노골적인 봐주기와 늑장수사로 인한 부작용이 컸고, 되레 사태 악화에 일조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이런 불행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

박성국 논설위원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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