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가 은행권에 만연한 과당경쟁을 뿌리 뽑기 위해 다음달 조합원 설문조사에 이어 법 개정 운동에 나선다.

노조는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은행 간 과당경쟁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은행원들의 노동시간은 연간 2천500시간에 이른다. 국내 노동자 평균인 2천113시간을 훨씬 웃돈다. 은행별로 100여개에 달하는 핵심성과지표(KPI)를 통해 은행원들을 시시각각 실적경쟁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지난 4월부터 ‘은행권 과당경쟁 근절 TF'를 꾸리고 시중·지방·특수은행별 과당경쟁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은행별 KPI 평가체계와 캠페인·프로모션 현황, 최근 3년간 경영목표와 목표달성률을 조사했다. 노조는 이를 기반으로 다음달 3일부터 14일까지 14개 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조사를 통해 조합원들이 실제 접하는 캠페인·프로모션의 종류와 규모를 파악한다. 과당경쟁이 노동환경이나 금융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물어 제도개선 대책을 강구한다.

노조는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면 과당경쟁 근절을 위한 요구안을 마련해 올해 산별교섭의 핵심 의제로 세울 예정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도 과당경쟁 근절대책을 요구한다. 노조는 대선 전 과당경쟁 금지와 관련해 정책협약을 맺은 더불어민주당과 은행법 등 관련법 개정에 나선다.

유주선 노조 사무총장은 “실적에 쫒긴 직원들은 가족·친지를 대상으로 상품 강매에 나서고, 소비자들은 각종 스팸전화·문자로 불편을 호소한다”며 “과당경쟁은 소비자·금융노동자·금융기관을 모두 피해자로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면 국회 토론회를 열거나 여야 의원들을 만나 과당경쟁 방지 관련법을 어떻게 개정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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