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기업노조
"우리 부서가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 노조를 나오는 방법 외에는 없다."

노조탄압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토목설계엔지니어링업체인 ㈜삼안이 본부장·부서장을 동원해 직원들에게 노조탈퇴를 압박한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는 녹취록이 나왔다. 건설기업노조 삼안지부(지부장 김병석)와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2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안 부서장이 해당 부서원들에게 노조탈퇴를 요구한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지난달 노조가 같은 의혹을 제기했을 당시 "증거가 없다"며 발뺌했던 삼안은 녹취록이 공개되자 "할 말이 없다"며 입장표명을 거부했다.

"임금체불은 괘씸죄 걸린 것"

이날 공개된 녹취록에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성과연봉제 찬성을 압박하고 다양한 경로로 노조탈퇴를 압박하던 지난달 말 녹음된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 25일 올해 첫 임금체불(직원 50%·임원 60%)이 발생하고 나흘 뒤인 29일 A부서 부서장 B전무는 부서원들에게 "모든 자금사정이 굉장히 어려운 것도 사주가 차입해서 지원해 주면 되는데 사주는 안 하려고 한다"며 "괘씸죄에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괘씸죄'의 이유는 곧 드러났다. B전무는 "우리 부서가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며 "회사를 위해 뭔가를 해 줘야 하는데 그게 뭐냐. 노조를 나오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탈퇴 압박이 대주주를 비롯한 회사 경영진 차원에서 이뤄진 것임을 인정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사주를 부서장·본부장이 다 만났다. 저도 두세 번 만났다. 사장도 만나고 회장도 만나고 다 만났다"며 "결국은 부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뭐냐. 그것(노조탈퇴)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내가 회사에 제시할 수 있는 것은 그 방법(노조탈퇴)밖에 없다"며 "복지라든지, 야근비에 대해 다른 부서말고 우리 부서(만) 좀 부드럽게 (지급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감히 이런 이야기를 공식석상에서 하는 이유는 지금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며 "상황이 어렵게 가고 있다. 방법이 없다. 당장 오늘 늦게라도 결정해야 한다"고 채근했다.

B전무의 말을 종합하면 삼안 대주주인 한맥기술 사주를 비롯한 회장·사장 등 경영진이 각 부서장과 본부장들을 만나 수 차례 노조를 문제 삼았고, 노조탈퇴와 직원 임금·복지를 연계시킨 것이다. 부서장·본부장들은 경쟁적으로 노조탈퇴를 종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B전무 발언 이후 A부서 조합원 일부가 노조를 탈퇴했다.

김병석 지부장은 "사주와 경영진이 노조탄압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활동했음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노조탄압 행위에 대한 지시관계와 책임소재를 밝혀 내고 불법행위, 노동권 유린행위를 한 이들을 엄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고사직·단협해지·임금체불까지 "노조탄압 백화점"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2015년 12월 말 한맥기술과 장헌산업 컨소시엄(한맥경영진)이 삼안을 인수한 뒤 다양한 노조파괴 행위가 이뤄진 사실도 공개됐다.

지난해 11월 시작한 임금·단체협상에서 사측은 60여개 조항에 걸쳐 단협 수정을 요구했고, 급기야 지난달 22일 단협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앞서 3월에는 부서별로 권고사직 대상자를 발표했다. 권고사직을 거부한 직원들은 '프로젝트점검팀'이라는 신설부서에 발령 내 기존 업무에서 배제했다. 4~5월에는 직원들에게 성과연봉제 도입에 찬성하라고 압박했고, 부서별 노조탈퇴 종용 행위가 이어졌다.

지부는 "삼안에서 벌어진 노조탄압은 단순한 노사갈등이 아니다"며 "사측의 공격적인 단협 수정 요구를 시작으로 권고사직·인력구조조정·성과연봉제 압박·노조탈퇴 부당노동행위·단협해지·임금체불·인사보복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지부는 "계획적으로 노조를 파괴하고 노동권을 의도적으로 유린하고자 하는 사주와 경영진의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삼안뿐만 아니라 사주가 대주주로 있는 한맥기술·장헌산업도 대대적인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하라"고 주장했다. 건설기업노조는 지난 20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동부지청에 삼안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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