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한 달이 넘었다. 파격인사와 탈권위적인 모습만으로도 역대급 고공지지율을 자랑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상징되는 국정농단과 불통정치에 상처 입었던 국민은 간만에 위로받으며 환호하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필두로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개혁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집권여당보다 더 전향적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 기세를 임기 내내 이어 간다면 국민에게 축하받으며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무리하는 첫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인 만큼 진심으로 그리 되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공약은 완성도가 높다. 공약을 임기 동안 차질 없이 이행한다면 불평등과 부정의로 고통받아 온 한국 사회는 인간다운 얼굴을 한 공동체로 바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높은 데다 가야 할 길이 아직은 멀다.

박근혜 퇴진과 구속으로 위기를 맞은 적폐세력은 지금은 몸을 바짝 낮추고 있지만 힘을 잃은 건 아니다. 한국 사회의 기득권 세력은 오랜 세월 축적된 힘을 내장하고 반전을 노린다. 이런 살얼음판에서 제반 개혁은 정치적 기반이 확고할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 계급인 노동자들이 지지하지 않는 개혁은 용두사미가 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무엇보다 때 이른 노정 갈등으로 개혁동력을 잃고 수렁에 빠진 참여정부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과거의 뼈아픈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면 이룰 게 없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개혁 동력이 뒷받침되지 않고 81만개 일자리 창출 공약 이행은 불가능하다. 지속적이고 전면적인 노동개혁은 문재인 정부 성공의 필수 조건이다. 2천만 노동자의 삶의 질이 개선되고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신장된다면 선진국 그룹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으로서 위상도 현격하게 올라갈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한국 사회의 오랜 숙원인 경제민주화를 진전된 정치민주화 기반 위에서 달성한다면 촛불시민혁명처럼 전 세계적인 찬사를 받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례없는 역사적 과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동계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결국 노정관계 정상화가 관건이다.

민주노총이 일자리위원회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양대 노총 노동자위원들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복귀했다. 금속노조가 일자리연대기금을 선도적으로 제안했다. 어느 때보다 사회적 대화를 위한 호조건이 성숙돼 있다. 하지만 재벌자본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여전히 강고하다. 지금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2022년으로 후퇴시키려는 세력이 준동하고 있다. 이런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라도 준법적 수단을 통한 노동자들의 집단적 목소리가 필요하다. 헌법적 기본권임에도 노조 조직률은 10% 내외로 바닥을 기고 있지 않은가.

30일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추진하는 사회적 총파업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문재인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총파업이 아니라 최저임금 1만원 달성과 비정규직 권리 신장을 요구하는 총파업이다. 정규직 이기주의에 시달려 온 조직노동이 간만에 제 몫을 하는 것이다. 박수를 보내야 마땅하지 않은가. 수구보수언론이 선동하는 총파업 불가론은 소모적 논란에 불과하다. 노동인권 사각지대에서 소외되고 핍박받아 온 사회적 약자인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인간답게 살 권리를 요구하는 사회적 총파업이야말로 시대정신에 조응하는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의 정당한 책무다.

하나만 강조하고 싶다. 상생의 활로를 찾아야 하는 한국 사회에서 슈퍼갑인 재벌자본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인 노동자들의 집단적 힘은 결정적인 균형추다. 사회적 총파업이 논란이 되는 사회에서 건강한 노사관계를 기반으로 한 노동개혁 성공은 불가능하다. 6·30 사회적 총파업은 촛불민심에 화답하는 올바른 노정관계 정립의 계기가 될 것이다.

10년 전 2007년 6월30일은 여성비정규 노동자들이 홈에버 월드컵점을 점거농성한 날이다. ‘비정규직 보호법’의 맹점을 폭로하며 현장 노동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온몸으로 싸워 전국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0년 전 그날처럼 2017년 6월30일 최저임금 1만원과 비정규직 철폐, 노조할 권리를 요구하는 사회적 총파업은 한국 사회를 노동존중 사회로 탈바꿈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정글을 공동체로 정상화하고 문재인 정부의 개혁동력을 강화하는 사회적 총파업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namsin196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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