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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노동자들이 앓는 희귀질환인 다발성경화증을 산업재해로 인정한 2심 판결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최근 상고를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질환으로 고통받는 또 다른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노동자들의 산재도 조속히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가 삼성전자 희귀질환 산재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2부는 19살이던 2003년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 입사했다가 2년 만에 다발성경화증에 걸린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A씨는 당시 하반신이 마비돼 고통을 당했지만 산재신청 엄두를 못 내다 반올림의 도움을 받아 2013년 산재신청을 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다발성경화증이 업무로 인한 것이라는 의학적 인과관계를 밝히지 못했다는 이유로 불승인했다.

근로복지공단의 상고 포기에 따라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삼성전자 노동자 김미선씨에 대해서도 조속한 산재인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씨는 97년 17살에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 입사해 3년 만에 다발성경화증에 걸렸다. 팔다리 마비에 시력까지 잃어 1급 시각장애인인 그는 1심에서 승소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의 항소로 2심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A씨와 김미선씨를 포함해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다발성경화증에 걸린 노동자는 4명으로 확인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씨는 “17년째 투병 중인데 치료비와 생활비가 부족해 동생에게 얹혀살고 있다”며 “산재를 인정받아 최소한 치료비와 생활비 걱정은 하지 않고 살고 싶다”고 말했다. 강병원 의원은 “정부는 이들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며 “산재 입증에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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