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국 시민안전감시센터장(고대 노동대학원 23기 졸업생)

문재인 정부 첫 내각 구성과 관련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중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사회적 대화 등 산적한 노동현안을 해결해야 할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한 현장의 관심은 더욱 크다.

노동부 장관 후보자인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을 평소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제자로서 일반인들이 조 후보자를 좀 더 잘 알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펜을 잡았다.

일부에서 “조대엽 후보자는 노동 관련 논문이 없는 사회학자라서 노동 전문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이것은 오해다. 우선 조 후보자가 소속된 고대 노동대학원을 보자. 노동대학원은 1965년 설립된 고대 부설 노동문제연구소가 모태다. 94년 대학원 개원 이후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 노사관계 전문가 양성소가 됐다.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졸업생들이 사회 곳곳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노동대학원 교수를 맡으려면 상당한 전문적 식견이 있어야 한다.

“인류의 모든 역사는 노동의 역사입니다. 그래서 노동은 어느 시대 어떤 사회에서나 인간 삶의 원천적 요소입니다. 노동의 가치는 인간 삶의 가장 근본적 가치입니다. 그래서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일과 일자리가 중요하고, 나아가 안정된 일자리가 중요한 것입니다. 진화된 노동의 세계, 건강하고 진일보한 노사관계의 원천은 노동의 새로운 시대정신을 공유하는 사회에 있습니다.” 고대 노동대학원 홈페이지에서 조 후보자가 밝힌 말이다. 사실 지금까지 한국의 노동문제는 지나치게 노동조합이 개입된 집단적 노사관계에 치중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겨우 10%를 상회하고 있다. 나머지 90%는 노조가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집단적 노사관계는 ‘노사 자치주의’와 ‘노동 3권 보장’으로 적극 보호하고, 나아가 무노조 90%를 위한 새로운 노동관계 지원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즉 조 후보자가 강조한 ‘노동가치’를 공정사회 영역까지 끌어올리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도약을 위한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가 주장한 좋은 일자리가 있고 이를 통해 사회통합과 양극화 해소 발판이 마련되는 것이다. ‘노동문제 해결’ 여하에 따라 지금 대한민국은 한 걸음 더 나아가느냐 마느냐 기로에 서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 때문에 가려 있던 이명박 전 대통령 업적을 보자. 썩어 가는 4대강과 타임오프제 도입 등 노사관계 파탄, 자원외교 실패, 남북관계 파탄, 광우병 쇠고기, 빈부격차, 가계부채 폭증을 비롯해 어느 것 하나 온전한 것이 없다. 이처럼 조직 수장은 우선 ‘가치철학’이 있어야 한다. 구체화된 나머지 전문영역은 실무자들이 하는 것이다. 조 후보자는 노동대학원장을 올해 연임까지 하면서 노동가치와 노사관계 개혁에 열정을 보이고 있다. 조대엽 교수는 학생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시대적 흐름을 인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노동대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직장인이다. 해당 직장에서는 전문가답게 수십년 내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학교라는 소통 공간에서 노동문제 전문성을 더 키워 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고대 노동대학원 교수들은 그런 현장의 프로 선수들과 학문적으로 대화하며 현장에 기반을 둔 노동문제 해법을 찾아가고 있으므로 전문성 시비를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조 후보자는 그동안 활발한 언론 기고로 광장 밖에 있는 일반 사람들과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3월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새 정부 노동정책 토론회가 있었다. 당시 조대엽 원장은 ‘새로운 대한민국과 노동의 미래’라는 주제로 기조발제를 했다. 과거 국정적폐를 청산하고 ‘공정노동’을 만들기 위한 과제들을 제시했다. 그리고 노동에 대한 국가와 시장의 책임성 강화를 주문했다. 지난 11일 민주노총은 “조 후보자는 신뢰에 기반한 노정관계 구축에 역할을 다하길 당부한다”며 최저임금 1만원,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투쟁사업장 문제 해결, 노사관계·노정관계 구축에 관한 논평을 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도록 기대에 찬 주문을 한 것이다.

‘노동의 종말’ 우려를 낳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노사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중요한 시대적 과제 앞에 새로운 노동의 가치를 정립하는 것이 첫 단추라 할 수 있다. 조대엽 후보자는 갈등사회 극복을 위해 노사정 사회적 대화 노력은 물론 노동에서 배제된 시민단체들과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사람이 먼저다.” 이 슬로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과 이번 대선에서 전국을 돌며 누누이 주장했던 핵심 구호다. 대통령 스스로 ‘일자리위원장’까지 맡아 일자리 복지를 챙기고 있다. 일자리는 노동 문제다. 역대 대선에서 ‘노동’ 문제가 지금처럼 정치적 이슈가 된 적이 없었다. 지난 10년간을 되돌아보면 재벌들을 위한 기업우선 성장주의 경제정책이 안정된 일자리 복지로 이어지지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지원은 ‘투자’라고 하면서 노동에 대한 지원은 ‘비용’으로 인식돼 왔다. 조 후보자는 ‘공정사회’를 주장하면서 “지금의 삶의 부차적 가치, 종속적 가치, 기계적 가치에 놓여 있는 노동에서 벗어나 새로운 노동가치 재구성”을 주장하고 있다. 조 후보자 앞에 놓인 시대적 과제가 만만치 않지만 그동안 우리 학생들에게 그러했듯이 노동현장은 물론 노사정 간에 대화하고 소통한다면 노사 스스로가 해결방안을 찾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촛불혁명이 낳은 문재인 정부 초대 노동부 장관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이론적 전문성’이 아니라 ‘실천적 방향성’이다. 노동의 가치를 우리 사회 중심으로 올려놓을 ‘정치적 힘’이다. 그런 점에서 조대엽 후보자는 최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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