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청소나 봉사활동, 궂은 일을 할 때는 직원이었습니다만 혜택을 받을 때는 직원이 아니었습니다.”

신아무개씨는 충청남도 한 자치단체 세무과에서 13년간 기간제로 일하면서 서러운 일을 자주 당했다고 한다. 해당 부서가 성과를 냈다며 1년에 한 번씩 외국에 나갈 때도 기간제는 열외였다. 신씨는 “기간제 노동자들과 같이 힘들게 체납징수를 해서 얻은 성과를 가지고 포상금을 받으면서 외국여행을 갈 때는 기간제만 쏙 빼놓고 가더라”고 토로했다.

신씨는 19일 오후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공부문 노동현장적폐 기획증언대회-공공부문직접고용 노동자들의 속풀이’에 참석차 상경했다. 이날 증언대회는 무기계약직·기간제·시간선택제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부문 직접고용 노동자들이 실태를 증언하고, 개선방안을 함께 찾기 위해 마련됐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윤소하 정의당 의원과 민주일반연맹·전국공공부문기간제노동자좋은일자리대책협의회(준)가 공동주최했다.

△각종 수당 차별받는 무기계약직·기간제=노동자들은 임금과 각종 수당, 복지혜택에서 기간제와 무기계약직이 차별을 받는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신씨가 근무했던 지자체의 경우 지난해 기준 9급 공무원 1호봉은 132만원 수준을 받았는데, 기간제는 호봉승급분 없이 117만원을 받았다. 점심값도 공무원(13만원)의 절반도 안 되는 6만원을 받았다. 가족수당·호봉승급분·임금소급분·특수업무수당도 받지 못했다.

신씨는 “임금과 각종 수당에서 차별을 받을 뿐 아니라, 2년이 채 되지 않는 시기 때마다 한두 달 휴직기를 두면서 기간제 계약을 유지했다”며 “2년이 되는 시점마다 (공무원이) 나를 슬쩍 부를 때마다 불안했다”고 말했다.

이경수 민주연합노조 교육선전국장은 “산업재해로 사망하면 공무원은 순직으로 인정되지만, 무기계약직과 기간제는 배제된다”며 “무기계약직은 경력 인정도 받지 못하거나 일부만 받는 가하면, 기간제는 아예 받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무기계약직과 기간제가 공무원과 같은 업무를 하지만 신분을 보장받지 못해 이 같은 차별이 발생한다”며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무원인듯, 공무원 아닌 ‘시간선택제 공무원’=증언대회에서는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의 처우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은 2014년 도입됐다. 능력과 근무의욕이 있으나 종일 근무는 곤란한 인재들에게 일자리를 주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전일제 공무원이 신청해 시간제 공무원으로 전환하면 정년이 보장되지만, 처음부터 시간제 공무원으로 취업하면 정년이 보장되지 않아 고용불안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유진 노조 부천지부장은 “시간선택제 공무원은 계약연장이나 재계약시 이른바 평판조회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갑질’논란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시간선택제 공무원은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정규직 공무원보다 더 열심히 근무하고, 때로는 업무분장에도 없는 일에 협조하느라 업무 과부하에 시달린다”고 설명했다.

고진선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정신보건지부 정책부장은 “시간선택제 공무원을 채용하려는 정부 속내는 인건비 절감뿐 아니라, (고용불안 때문에) 단체행동을 마음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도 있었을 것”이라며 “직접고용 또는 안정적 고용형태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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